여름궁전; 이화원(颐和园; summer palace2006)
감독: 로우 예 (娄烨)
주연: [유홍;余虹] 하오 레이(郝蕾), [저우 웨이;周伟] 구오 샤오동(郭晓冬), 후 링, 장 시안민
열대야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듯
바로 그 해 여름, 긴긴 방황이 시작되었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었으니
그게 바로 사랑이었던 거다
-유홍의 일기 중
주인공의 정사나 감정적인 부분이 격렬하게 비춰진다
당시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중국이 80년대부터 개방되기 시작해서 1989년에 절정을 맞았다. 사실 그런 자유는 정부 쪽에서 준 건데, 갑자기 자유를 제한해버린 거다. 때문에 영화 속 주인공들은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이후 각자 자신들의 방법대로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천안문 사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중국의 정치적 발전에 도움이 될 거다. 발생한 것은 한 거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반드시 제대로 말해야 한다. 17년 전에 천안문 사태를 얘기하면 감옥에 갔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인터뷰해도 별 탈이 없는 것처럼 중국 정부도 입장 변화가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외부환경의 변화를 겪으며 성장한 젊은이들에게 결국 어떤 감정들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나?
이 얘기는 십수 년이 지나도 사랑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그들 마음 속에 남는 것은 가장 좋았던 시절, 1989년 이화원에서 함께 배를 타던 때다. 그때는 그들의 육체와 영혼이 함께 있었던 시절이다. 영화의 라스트에서 유홍과 저우 웨이의 좋은 시절은 다시 오지 못한다. 그 이유엔 사회적인 문제도 있을 거고, 자기 자신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피름 2.0 306호 로우예 인터뷰 중
지아장커 나 왕샤오슈아이나 로우예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저들에게는, 혹은 중국이란 나라의 분위기란 사실주의란 이름 아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하는 게 아닐까, 현실은 동화처럼 달콤하지 않기에 엄격하게 사실적으로 현실적인 결과를 말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는 게 아닐까. 얼마전 읽은 쑤퉁의 <이혼지침서>란 책을 보면서도 느꼈던 점. 그래서 이런 점이 영화를 보는 나에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사실 짜증도 약간 났고. 어떤 ~주의에 매달리는 듯한 태도가 틀에 박힌 것처럼 보이니까. 또 그들이 말하는 것에 굉장히 집중해야 한다는 게 맘편히 다가오지는 않으니까.
그렇지만 <여름궁전; 이화원>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괜찮지 않나, 동시대에 저렇게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을 증언하고 끊임없이 환기시켜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중국에 축복일 수 있지 않나. 그게 아무리 적은 사람만이 본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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