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상하이(夜. 上海 Ye. Shanghai, 2007)
감독 : 장 이바이(张一白)
주연 : 조미, 모토키 마사히로, 이찬삼, 니시다 나오미, 곽품초, 다케나카 나오토, 츠카모토 타카시
만약에 서울의 하룻밤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주인공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감독 장이바이는 주인공을 택시 운전사로 설정하고 여자라는 성별을 부여했다. 이 선택은 꽤 적절해보인다. 권태에 중독된 일본 남자와 사랑을 고백도 못하는 상해 여자는 한 명은 택시에 치이는 사람으로, 다른 그 사람을 친 운전수로 등장한다.
보는 내내 <사랑에 관한 세가지 이야기>가 떠올랐는데 찾아보니 그 영화 중 한 편을 감독한 작품이다. 아마 세번째 중국 이야기 편의 감독이 아닌가 싶다. (왜냐면 거기 주인공이 여기 또 나온다) 어쨌든간에 <밤의 상하이>는 <사랑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 About Love ; 關于愛> 보다는 좀더 능수능란하게 표현하려 하고 좀더 재미있고 코믹하게 이들의 분위기를 담아내려 한다. 조연들은 좀 더 많아졌고 그만큼 사연은 더 굴곡이 생겼다. 또 이걸 하룻밤에 해결(?)하려 하니 거칠기도 하다.
결과는 어느정도 성공적인 듯 하다. 스스로 웃기게도, 나는 이 영화가 상해의 야경이 배경인데도 야경을 그림으로 담아내느라 급급하지 않아서 좋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상해의 야경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또 그렇게 할애되어 묘사되지 않는다. 감독이 주력해서 담아낸 것은 그 공간에 처한 사람들-내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한-과 그들 간의 어떤 분위기이다.
이런 점이 만약 좀더 낭만적이고 원숙하게 표현됐더라면 이 영화는 아주 멋진 꿈같이 환상적인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감독은 환상적인 도시 상해를 사람으로 표현하기 위해 조연들을 등장시킨 듯 하다. 조미와 모토키 마사히로가 현실에 몸을 담고 있는 주인공 역으로 설정되었다면 조연들은 좀더 자유분방하고 하룻밤 여행을 즐기는 현실에서 붕 뜬듯한 인물들-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점은 거의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관광엽서 같은 예쁘기만 한 영화일 수 있는 함정에서는 벗어났지만, 평면적이고 밋밋한 점에 머무르고 있기도 하다.
아쉬웠지만 어쨌든간에 말이다, 양국 간의 합작 영화(단순히 스탭이나 이런 교환이 아니라 이 영화처럼 양국 인물들과 그들 간 대화가 소통되지 않는 상황 등)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희망적이다. <사랑에 관한 세가지 이야기>보다는 훨씬 스토리도 짜임새 있고 설득력이 있다. 옴니버스가 아니라 장편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부럽기도 했다. <사랑에 관한 세가지 이야기> 뿐만 아니라 <마지막 사랑, 첫사랑(最後の戀, 初めての戀, 2003)>이었나 같은 영화들도 그렇고...중일 합작 영화 쪽은 꽤 진전이 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아래장면에서, 말도 통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소개하는 조미와 처음엔 좀 망설이다가 먹어보고 기뻐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이 둘이 그 순간 공유하는 감정의 일체감을 보면서.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들끼리 과연 얼마나 감정의 교류를 누릴 수 있을까, 라는 주제 면에서 <사랑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보다 <밤의 상하이>는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때깔도 훨씬 뛰어나다.
조미는 예쁘지만 여전히 판단을 유보할 수 밖에 없는 배우로 느껴진다. 예쁜 걸 능가하는 매력을 못느끼겠다. 하긴, 뛰어난 미인도 아니고 연기에 대해 별 느낌이 없는데도 미워하지 않게 만드는 것 자체가 조미의 매력이겠지. 남자 주인공인 모토키 마사히로는 왜 이렇게 낯이 익나 했더니 <쌍생아>에 나온 주인공이었다. 그걸 깨달으니 왠지 무섭더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