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녀;동거밀우 (同居蜜友: Fighting For Love, 2001) - 유쾌한 로맨스

동거남녀;동거밀우 (同居蜜友: Fighting For Love, 2001)
감독 :  마위호 
출연 :  양조위(장통채), 정수문(데보라)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인 정수문은 전화기를 끼고 살며 늘 짜증섞인 폭언을 일삼는다. 어느날 실수로 양조위의 차를 긁고서는 쌩까고 도망치려 한다. 마침 이를 본 양조위가 죽자사자 쫒아가 따지지만, 자기가 안그랬다고 잡아때는 여자에게 질릴 대로 질려 백밀러를 부숴버린다. 양쪽 다 원만히 합의하라는 종용에 따라 양조위는 연락처를 건네고 합의금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정수문이 술집으로 찾아갔지만 하필 양조위는 만취 상태다. 덩달아 합석해서 술을 마시게 되고 눈을 떠봤더니 모텔 한 침대에 같이 누워있다. 이번에는 양조위가 재빨리 도망치고 정수문은 전화를 기다린다. 애인 마중을 나간 양조위에게 정수문은 전화를 걸어 허니 어쩌고 콧바람 들어간 소리를 하지만 양조위는 미안하다며 애인이 있고 실수였다고 말한다. 이렇게 끝났던 이들은 우연히 어떤 병원에서 재회한다. 골초 정수문은 환자복 차림으로 나와서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고 양조위가 하필 옆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위 사진처럼 저 둘은 이렇게 웃으며 다시 이야기한다.

분명 구멍이 뻥뻥 뚫린 내용인데도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건 양조위 덕분이기도 하지만 정수문의 힘이 컸다.

정수문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그건 가수로서였다. <무간도>에서 봤을때는 말 그대로 기겁을 했었다. 왜 저렇게 연기 못해? 정수문의 외모는 뭔가 특이해서 유덕화와 곧잘 나오는 걸 보면서 깜짝 놀랐었다. 그러다 이 영화를 알게 됐고, 양조위에게 정수문이 어울릴까 의아했다. 결론은? 이 둘은 굉장히 어울린다. 둘의 모습은 지금껏 봤던 양조위 영화 중에서 가장 최고의 커플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시종일관 담배를 피워대고 빅백을 멘 이 여자는 심한 말도 아무렇게나 해서 자신의 말에 흐느끼는 나이 어린 여자 직원에게도 위로 대신 더 심한 말을 퍼붓는다. 그러다 하룻밤 사고를 치고 어제까지 원수였던 이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혀꼬부라진 목소리를 내뱉는다. 모함으로 직장에서 쫒겨나고 집에서는 아버지에게 구박당해 뛰쳐나와 갈 곳이 없자 언니가 입원한 병원으로 찾아가 보호자 침대에서 자겠다고 한다. 돈도 아끼고 좋다면서. 아예 환자복까지 빌려 입고 밖에 나와 줄담배를 피운다.
이 허술한 기승전결에서, 양조위는 자기 집에서 살라고 하고(게다가 온 가족이 같이 사는 집인데!) 정수문은 순순히 받아들인다. 양조위의 미소는 굉장히 멋지고 편안하다. 정수문의 표정은 너무 사랑스럽다. 양조위의 애인이 여성스러움을 어필하며 건투하고 있는 동안, 정수문은 머리를 올빽으로 틀어 올리고 양복을 입고 간다. 이 모습이 웃기지 않고 멋있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정수문의 매력이었다! (같이 보던 언니도 "저 여자 묘하게 멋있잖아" 감탄)  

정수문은 유약영과는 다른 의미의 30대를 보여준다. 유약영이 보여주는 캐릭터처럼 신경질적이고 나약해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이거다. 그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너무 멋진 거다. 너무 닮고 싶은거지. 정수문이 가진 스타로서의 파워이기도 할거고 어쩌면 한계가 될 수도 있을 거다. 그래도 너무 멋진 30대를 보여주니 팬 입장에서는 마냥 즐거울 수밖에. 계속 배우 해! 라고 밀어주고 싶은 심정.

양조위의 미소도 참 좋았다. 아 둘이 실제에서도 연애해줘!  딱 이런 느낌.
분명 허술한 내용인데도, 확 불타오르는 사랑이 아닌, 잔잔한 사랑을 보여줘서 좋았다.
아무 기대 없이 봤고
기분 좋게 봤고
좋은 배우들 덕에 좋은 느낌이었다.
조연들의 대사도 재밌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