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중유귀 (心中有鬼: The Matrimony, 2007) - 마음속 귀신에 대한 공허한 이야기

심중유귀 (心中有鬼: The Matrimony, 2007)
감독  :  등화도
출연  :  여명, 유약영, 판빙빙(범빙빙)  

이 리뷰에는 영화 <심중유귀>의 내용노출이 있습니다.

1923년, 상하이에서 라디오 방송국이 개국, 청취자의 사연을 읽으며 큰 호응을 얻게 되는데 그 중 <심중유귀>란 프로그램은 '마리'라는 DJ가 진짜같기도 하고 환상같기도 한 이야기를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라는 자막을 시작으로 영화 <심중유귀>는 시작한다. 대륙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인터넷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고 한다. 전에 리뷰를 쓴 이소홍의 <문>이란 영화도 <삼차구>란 유명 인터넷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고 하는데, 최근 중국에서는 공포 소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고 한다.(사실 여부는 모르고) 어쨌든 <문>이나 <심중유귀>나 인간 내면에 자리한 악 혹은 공포를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 <문>의 경우는 내용과 구성이 너무 빤하다는 게 문제였다면 <심중유귀>의 경우는 내용이 없다는 게 문제다. 대충 줄거리는, 디제이 마리는 여명을 만나러 좋다고 (날뛰며) 가다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여명 앞에서 차에 치어 죽게 되고, 마침 청혼 할 생각이었던 여명은 1년 뒤 아내와 용집사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어쩔 수없이 수락한 결혼이었지만 아내와 거의 대화도 나누지 않는 상황. 그는 언제나 2층으로 올라가 방에 틀어박히는 데 아내인 유약영은 점점 윗층에서 뭔가 소리가 들린다는 걸 느끼게 된다. 남편이 못들어가게 하는 그 방에 낮에 몰래 들어갔더니, 모든 물건은 하얀 천으로 덮여 있고 커다란 라디오에서 소리가 난다. 어쨌든 옛 애인인 범빙빙의 존재(유령)를 알게 되고 병에 걸린 여명을 살리고 싶은 욕심에 범빙빙에게 몸을 잠깐 빌려준다. 그런데.....

말 그래도 영화가 엉성하다.
여명은 말 그래도 거 뭐냐 바지 저고리냐 아님 뭐더라 합바지던가 꿔다논 보릿자루인가 영화에서 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 두 여자의 사랑만 듬뿍 받고 원인만 계속 제공할 뿐이고
범빙빙은 개연성이 계속 망가진다. (그런데 결국 그 이유가 제시되지 않으니 보는 사람은 막연하게 인간은 죽으면 저렇게 몹쓸 것이 되버리는 군 짐작하게 된다. 미루어 짐작해야 하니, 이 옛애인 유령은 질투 때문인지도 모르고 아님 죽고 나서 이형의 존재가 되었기에 죽으면 자동으로 몹쓸 것이 되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존재가 됐다고 쳐도 문제가 되는 게 그럴 거면 여명과 범빙빙의 사랑묘사를 뭐 그렇게 열심히 하지를 말던가. 그렇게 열렬했던 사람-죽음도 끼어들지 못했을 듯한-이 단지 그런 단순한 이유로 그렇게 변한단 말인가? 그게 질투때문이다, 라고 한다면 뭐 할 수 없는데 상당히 어설프게 느꼈다.
유약영은 계속 제 3자의 입장에서 나중에는 비로소 주체가 되는 인물이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가장 입체적이고 살아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별 내용이 없으면 빛이 안나는 법.

내용이 엉성하니 계속해서 끝날 때까지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집사 이야기도 미루어 짐작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만화나 영화 등에서 죽은 사람이 찾아오면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말 것이며, 그건 이미 다른 존재다 식으로 묘사되는 것만 보며 늘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비틀쥬스>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그래 바로 저거다! 왜 이승에 있고 싶은데 죽으면 꼭 왜 저 세상으로 가야돼? 왜 같이 살면 안돼?
죽었다는 이유로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되어버리는 존재로 묘사되는 게 싫었었다. <비틀쥬스>는 그게 아니라 좋았었고. 그런데 <심중유귀>는 내가 기존에 싫어했던 묘사의 시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게 짜증이 났다.

애정이 차고 넘친다면 미루어 짐작도 기꺼이 할 수 있지만 그것도 아니니
정말 영화 언제 끝나나 지겨워 돌아가시겠네
심정이었다.
좀더 젊은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도 싶은데

여명-많이 늙었더라

범빙빙-예쁘긴한데 언제나 인조인간 느낌만 난다

유약영도 평범. 그냥 기존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