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자 십일담(性工作者十日谈; Whispers and Moans, 2007)
원작 : 양의산(杨漪珊)
각본 : 양의산, 구례도
감독 : 구례도
주연 : 주인, 여안안, 등건홍, 오일언, 장아문, 동민리, 탕보려, 진위정, 이일랑
홍콩섹스산업의 흥망성쇠를 다룬 <금계>에 주인공 오군여가 사물함 속으로 머리를 넣어 우는 장면이 나온다. 못생겼단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섹스산업이 흥하면서 잘나갔던 그녀가 시간의 흐름 앞에서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운다. 이제 저 젊고 긍정적이기까지 한 대륙서 건너온 매춘부들에 의해 자기 자리는 사라졌다는 걸 알아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상황이 <성 노동자 십일담>에서는 어떻게 나올까? 손님의 대사를 보면 알 수 있다. "홍콩 접대부들 왜 이렇게 뻣뻣해. 중국 접대부들은 엄청 싹싹한데. 그냥 지금 심천으로 가자고!" (심천은 대륙 땅이지만 홍콩과 가깝다.)
감독인 구례도는 홍콩의 화려한 단란주점에서 벌어진 10일간의 이야기를 모자이크 식으로 풀어놓는다. 주인공 한 명을 내세워 감정선을 증폭시키는 대신, 여러 인물들이 10일간 겪은 일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이 리뷰는 각 인물을 중심으로 한 줄거리 요약이다.
영화는 단란주점 앞에서 성노동자의 권리함양을 소개한 전단지를 나눠주는 Elsie(오일언)에서 시작, 단란주점 내부 아가씨들의 대기실로 들어간다. 여기에 두 명의 마미(매니저인 듯) - 家家(주인)과 Jenny(여안안) -가 있고 그들이 관리하는 접대부들이 있다.
Aida(동민리)가 배정받은 방에 들어가자, 손님인 Tony(등건홍)은 모욕적인 말을 퍼부으며 돈을 던진다. 대륙에서 온 Happy(진위정)는 늘 웃음이 끊이지 않은 인기 넘버원 접대부다. 오전에 등산가자는 남자친구의 전화를 받고 들어온 Nana(장아문)에게 마미는 그렇게 불성실한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호객행위를 시키겠다고 한다. 그리고 거리에는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남장 여자 Joey(이일랑)가 있다.
영화 초반 등장했던 가가의 애인이자 Joey가 사랑하는 남자는 곧이어 매독으로 사라진다. Aida에게 스트레스를 푼 tony는 자신의 직장인 호스트바로 돌아가 열심히 여성들의 비위를 맞춘다. tony의 만행을 들은 nana가 다음날 호스트바로 쫒아가 tony의 목구멍에 술을 붓는다. 에이즈 검사를 한 나나는 엄마집에서 자라는 딸을 찾아가 붙잡고 운다. "네가 클 때까지 엄마가 살아 있을지..." 딸은 눈물이 짜다며 짜증을 낸다. Jenny는 Aida에게 단란주점서 주사 맞지 말라고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업계 종사자들, 즉 성 노동자들은 전부 다 조연이면서도 주연일 뿐 아니라 각 캐릭터에게 구례도는 긍정할 수 있는 장면들을 공정하게 부여한다.
영화 초반 등장했던 가가의 애인이자 Joey가 사랑하는 남자는 곧이어 매독으로 사라진다. Aida에게 스트레스를 푼 tony는 자신의 직장인 호스트바로 돌아가 열심히 여성들의 비위를 맞춘다. tony의 만행을 들은 nana가 다음날 호스트바로 쫒아가 tony의 목구멍에 술을 붓는다. 에이즈 검사를 한 나나는 엄마집에서 자라는 딸을 찾아가 붙잡고 운다. "네가 클 때까지 엄마가 살아 있을지..." 딸은 눈물이 짜다며 짜증을 낸다. Jenny는 Aida에게 단란주점서 주사 맞지 말라고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업계 종사자들, 즉 성 노동자들은 전부 다 조연이면서도 주연일 뿐 아니라 각 캐릭터에게 구례도는 긍정할 수 있는 장면들을 공정하게 부여한다.
호스트인 tony는 남장여자인 Joey와 사랑에 빠진다. 성전환 수술이 꿈인 Joey에게 수술 후 뭘 할거냐고 묻자 "당연히 매춘부지! 내가 여자가 됐다는 걸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하고, tony는 네가 내 여자친구이던 남자친구이던 관계없이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비싸지만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는 미국행 비용을 자기가 보태주겠다고 한다. tony가 자신과 일하는 접대부들에게 함부로 하는 걸 보고는 "네 눈엔 우리가 우습게 보이냐"며 joey가 화를 내고, "네 수술비 벌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고 그러니 그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거잖아"라던 tony는 결국 joey에게 사과, 둘은 화해한다.
애인의 청혼을 기쁘게 수락한 Nana가 결혼식 이야기에 화장실에 간다며 도망친다. 출근한 그녀는 애인의 동기이자 이제 대기실까지 들어와 성노동자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Elsie에게 식사를 청한다. 샤브샤브를 앞에 두고 "오늘 청혼을 받았는데 결혼식 이야기를 들으니까 너무 무섭더라고요. 하객 중에 내가 받은 손님이 있을까봐. 그 사람한텐 말하지 말아주세요. 존엄성 없는 인간으로 기억되기 싫으니까."라며 우는 Nana에게 Elsie는 "당신은 당신 힘으로 노동을 해서 돈을 벌고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도대체 그게 존엄한 게 아니면 뭐가 존엄한 건데요?"라고 한다. "말이야 쉽다"며 나나는 고향에 있는 병든 아버지를 이야기한다.
애인의 매독 소식에 가가는 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달려가고, 딸도 데리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춘다. 건강염려증인 가가가 병원으로 달려갈 때 참 해학적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울며 짜증내는 딸과의 대비 때문에 더 그렇다.
고향으로 돌아가 학교를 열 거라는 happy는 마냥 완벽한 인간같다. 늘 웃는 얼굴로 성실히 접대한다. 그런 그녀가 수영장에서 화를 낸다. 가가와 함께 수영장 속에 있었는데 가가가 오줌을 싼 거고 매독은 물로도 전염되기 때문이다. happy는 가가가 고의적으로 이런 행동을 했으리라 분개한다. 영화 내내 싱글거리며 돈모으기에 여념없는, 아무리 예뻐봤자 대륙서 온 촌뜨기처럼 보인, 학교를 세우겠다는 순진한 꿈이나 꾸고 있는 것 같은 그녀가 욕설을 쏟아낸다.
"씨발 그렇게 내가 잘해줬는데 나한테 오줌을 싸? 나도 매독같은 거 주사맞음 끝나는 거 알아. 내가 화나는 건 내 직업 기록이 깨졌단 거야. 이 일에 나서면서 계속 happy한 접대부가 되고 싶었어. 7년 동안 도박도 안했고 콘돔 없이 일한 적도 없어. 씨발 난 담배도 안피우고 술도 안 먹고 마약도 안했다고. 젠장 난 울지도 않았어. 매춘부 중에 나처럼 의지가 강한 사람 누가 있어? "
"넌 고향에 돌아가서 학교를 열겠단 꿈이 있잖아."
"씨발 니네 알아? 내가 7년 간 얼마나 고통을 삼키고 살았는지? 직업정신으로 날 지탱했다고. 씨발 그래야 미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씨발 이런 내 정신이 오줌 위에서 망가졌다고. 빌어먹을, 7년 동안 70%의 손님들이 안섰어. 개새끼들, 지들이 안되는 걸 내가 내가 매춘부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거래. 씨발 이렇게 직업정신으로 무장한 나에게 누가 그딴 소리를 할 수 있는데? 씨발......"
이제 마미의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업소 화장실서 주사를 맞다 쫒겨난 Aida는 길거리에서 호객으로 손님을 낚는 접대부 일을 한다. 통화조차 거부하며 우산을 들고 호객행위를 하는 Aida를 nana는 울면서 바라본다. 그리고 잠든 Aida의 방문에 편지를 붙이고는 서랍에 숨겨둔 마약을 꺼내 버린다. 일어난 Aida가 찾아도 마약은 없고, 문 조차 안에서 열리지 않는다. 식탁 위엔 나나가 사놓은 생수, 콜라, 라면이 잔뜩 있다. 순간 유미군의 경쾌한 광동팝이 흐르면서 금단 증상에 몸부림 치는 Aida의 모습을 영화는 생생하게 담아낸다.
"언니, 언니가 거리에서 몸 파는 거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 약을 버리고 언니를 가두는 날 용서해. happy가 그렇게 돈을 모은 건 고향에 돌아가서 학교를 열려고 그런거래. 갑자기 존경스럽더라. 배우고 싶고. 난 언니랑 함께 목표를 가지고 즐겁게 이 일을 하고 싶어. 그러다보면 우린 꼭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거야. 약을 끊으면 우리 다시 시작하자. 우리 아빠 못본지 진짜 오래됐잖아, 약 끊으면 천수위로 아빠 만나러 가자."
(적다보니 자매였구만....-_-)
<성 노동자 십일담>에 등장하는 모든 조연들은 각자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건 탄탄한 각본과 감독의 시선 때문이다.
덧. 홍콩에서 매춘부를 가리키는 속어가 "닭 계(鷄)" 자인가보다. <금계>에서도 그러더니 이 영화에서도 계속 자기 직업을 鷄라고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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