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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산책/화어(2000년 이후)

30회 홍콩금상장시상식

by 주렁주렁™ 2011. 4. 18.
장장 네 시간에 달하는 시상식을 주윤발 얼굴 하나 보려고 온라인 시청. 만약 그 전에 2시간 30분 진행된 레드카펫까지 봤으면 난 미쳐버렸을지도. 알아들을 수 없는 광동어에 수상자가 발표되어도 화면에 누구인지 자막이 안나온다. 화질이 어찌나 안좋은지 못알아본 사람이 대다수. 사회자가 셋인데 지나치게 이 셋의 '서서 말하기'에만 의존하는 느낌이었다. 

30회라는 기념 성격이 짙은 시상식이었다는 게 포인트. 그간의 홍콩 금상장 자료 화면을 중간중간 많이 배치했다. 혜영홍, 매염방, 장국영, 황추생, 양가휘, 유가령, 주윤발 - 내가 대충 자료화면서 본 얼굴들만 해도 이렇다. 그래서 반가웠지만 대신 객석이 카메라에 너무나 안나온다. 객석에 있는 배우와 감독 영화 관계자들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거의 나오질 않으니 현장감을 느끼기가 어려웠고, 이런 점이 사회자 셋의 '셋이 나란히 서서 떠들기' 신공과 어우러져 시상식이 참으로 지루하게 다가왔다. 

4시간 중 마지막 1시간이 되니 시상자에 북경어 사용자들 다수 등장, 의도적인 배치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특히 주제가상 부분을 서극과 이우춘이 시상할 땐, 도대체 이우춘이 여기 왜 등장하는 건가 짜증이 치밀더라. 옷차림도 그렇고. 뭐 대륙의 인기 아이돌(?)이니 내보낸건가. 

작품상  《타뇌태 打擂台》 

<엽문>에 작품상을 준 금상장의 전력을 고려해봤을 때 당연히 <적인걸>로 갈 줄 알았다. 이번 시상식의 진짜 승자는 <타뇌태>일 것이다. 고르게 주요 부분 상을 가져간 이 작은 영화가 호명되자 임가동이 등장해 왜 그런가 했더니 프로듀서가 임가동이었다. 그는 제작비를 투자해준 유덕화에게 거듭 고맙다는 소감을 밝혔다. 유덕화가 굉장한 건 그의 스타파워 때문만이 아니라 계속 작은 홍콩영화에 제작비를 지원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공동감독 두 명이 임가동 뒤이어 소감을 말하고  출연 배우들도 다 올라오고 울먹울먹하는 사람도 있고. 보기 좋더라. 



감독상 서극  《적인걸 狄仁杰》

<황비홍>에 이어 2번째 금상장 감독상을 수상한 서극이다. 감독상 타기 전부터 적인걸이 기술관련 부분 상을 탈 때마다 무대에 자주 올라와 이미 난 지친 상태였다. -_-;; 수상자로 주윤발과 어떤 할아버지가 함께 등장했는데, 주윤발이 서극 이름 부르며 어찌나 좋아하던지. 악수할 때도 '대' 감독님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는 느낌이 아니라, 절친 축하해주는 듯한 다정함과 꼿꼿함이 참 보기 좋았다. 

"고맙다. 사실 이 상은 몇 년이 지나고 받은 두 번째 상이다. 몇 년 전인지 모르겠다.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이 상은 우리 다섯(후보에 오른 감독들)의 상이다. 나는 그들의 영화를 무척 좋아했고, 그들과 내가 함께 이 상을 누리길 바란다. 이 상은 우리가 지난 1년간 함께했던 공헌이 돌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고맙고, 스탭들에게 고맙다. 나와 함게 고생이 많았고, 그들이 나보다 상을 더 많이 타길 바란다. 몇 년 전 각본을 내게 주며 찍으라고 한 진국부 선생에게 고맙다.쇼브라더스에게 고맙다. 또 시남생에게 고맙다. 그녀가 날 줄곧 지지해줬다. 얼마나 괴상하고 고생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녀는 늘 내게 해결 방안을 주었던 사람이다."
 



남우주연상 사정봉《线人》

사정봉이 유력한 후보였지만 30회 라는 이름 때문에 주윤발에게 가지 않을까 약간 기대를 했었다. 남우주연상 호명하기 직전 화면에 다섯 명 - 양가휘와 장학우 불참 - 의 얼굴을 화면분할로 보여주는데, 주윤발 마냥 신났어. 사정봉 이름 부르니까  더 웃느라 정신없음. 아....진짜 주윤발 입 찢어지겠다 란 느낌이었다. 

시상자로 나온 유청운과 주신. 주신의 시상식 끔찍 드레스 행진은 계속 된다. 

사정봉, 여문락, 진관희 정도가 앞으로 홍콩 영화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스타로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허나 시간이 흐르면서 진관희는 스캔들도 그렇지만 이미지가 경직된 느낌이었고 사정봉은 초기의 반짝반짝함이 사라진 대신 어떤 찌든 느낌이 느껴져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문락 쪽이 적당히 어른스러운 외모에 적당한 배역을 연기한단 인상이라 여문락의 성장을 더 주의깊게 보고 있었다.
어쨌든 사정봉이 '드디어' 탔다. '사정봉'이 탄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드디어'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홍콩산 30대 배우에서 등장했다는 것이 의의다. 세대교체라 하기엔 섣부를 수 있으나 앞으로의 홍콩 영화를 가늠할 수 있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러고보면 아내인 장백지도 <망불료>로 '드디어' 등장한 홍콩산 20대 여우주연상 수상 배우였다.   

사정봉은 중간에 인터뷰할 때도 엄청 긴장한 듯 보였다. 상을 타고 배우들과 스탭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뒤 코멘트. 

"지난 2주 동안 아내(장백지)는 내게 만약 상을 탄다면 뭐라고 할거냐 물었다. 나는 그런 일 없을거라 했다. 네 번, 다섯 번, 어제 또 아내가 내게 물었고, 나는 진지하게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말하고픈 건 이거다. 18세 때 난 신인상을 탔다.내가 어릴 때, 아버지(이 자세로 내게 말했다)는 '네가 어릴 때 내가 몇 백편의 드라마를 찍었는지 아니? 또 내가 몇 백편의 영화를 찍었는지 알아?'라 했다. 당신은 늘 내게 당신이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찍었는지 말했었죠. 지금 내 앞에 금상장 이 있어요....제발 이 하늘 높은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 어린친구를 아버지가 용서해주시길. 이렇게 말썽꾸러기 어린친구를 키워주시고 웃으며 맞아주신, 아버지 당신이야 말로 진짜 남우주연상이예요." 

 

여우주연상 유가령《적인걸 狄仁杰》

시상자로 등장한 혜영홍과 허관문. 스탠딩 마이크가 두 개였는데 허관문이 자긴 이게 좋다며 혜영홍 옆에 딱 붙어서 이야기하는 모습 참 좋았다.

<적인걸>의 주인공이 이빙빙이라는 데에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만약 이빙빙과 같이 후보에 올라 유가령이 탔다면 난  차라리 별 불만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빙빙이 주연이긴 했지만 포스에서 약했고, 지난해였나 <풍성>으로 금마장에서 주연상을 타는 식으로 각광을 받았기에 이번에 뺀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유가령이 상에 대해 늘 타고 싶다거나 탈줄 알았는데 남편 양조위가 내 복을 다 가져갔나 보다고 하거나, 그런 모습들이 분명 솔직하긴 한데 반복되다 보니까 상당히 짜증스러웠다. 연기파란 이미지가 있지만, 유가령이 출연한 영화 중에서 초기 왕가위 영화 제외하고 도대체 지금까지 회자되는 영화가 몇 개나 있나? 아, 그냥 짜증나니까 줘버리고 쟤 좀 징징거리는 거 안봤음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고 이번에 탔다. 어제 홍콩쪽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니 "지난해 임달화가 타고 몇 년 전 유청운이 탄 것처럼 금상장의 성향 - 후보지명만 계속 될 뿐 못탄 사람을 한번은 챙겨주는 성향 - 을 생각해봤을때 당연한 결과였다"고 평한 구절이 보였다. 

"매번 후보로 지명될 때마다 기뻤지만, 매번 다른 사람이 상을 탔다. 이미 실망에 습관이 됐지만, 이번엔 습관이 아니게 됐다. 시상식장에 왔을때 난 매우 평화로웠다. 내가 이 상을 타면 무척 감동하리라 여겼는데, 알고보니 이렇게 기쁜 거였다.우선 서극과 시남생에게 고맙다. 그들의 혜안 덕에 내가 무측천을 연기하 ㄹ수 있었다. 촬영장에서 감독은 내게 무측천을 연기할 수 있도록 많은 걸 가르쳐줬다. 유덕화, 빙빙, 등초, 그들 모두 고생 많았다. 그리고 쇼 브라더스. 또 나의 엄마. 엄마는 몇 년 동안 내가 이 상을 타길 바랬다. 또, 나의 남편에게 고맙다. 평소 그는 내게 편지를 많이 쓴다. 그는 내가 아주 자유롭게 내일을 할 수 있도록 완전하게 허용한다. 내가 당신(양조위의 수상횟수)을 따라갈 순 없겠지만 천천히 쫒아가고자 한다."


 
각본상  팽호상, 맥희인 《지명과 춘교 志明春娇》
전폭적으로 지지한 각본이다. 내용부터 대사까지, 정말 잘 쓰여진 각본이다. 홍콩의 젊은 감독, 그것도 남성감독과 여성감독이 공동으로 창작한 이 각본에 상을 준 건 젊은 감독들에 약간의 힘을 보태준 거라 볼 수 있을 듯. 성별이 다른 두 사람이 공동으로 썼기에 양천화나 여문락 캐릭터가 그리 생생하고 대사가 좋았을거라 본다. 


액션설계상 - <엽문 2> 홍금보
 

금상장에서 홍콩 액션 영화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상.
홍금보가 <엽문 2>와 <적인걸>로 후보에 올랐고 당연히 수상했다. 하지만 난 <서극의 칼> 액션 감독이 <검우>로 후보에 올랐길래 "이쪽 좀 챙겨주라!"고 하고 있었는데. 홍금보 불참해서 섭섭.  
 
남우 조연상 태적라빈 泰迪-罗宾《타뇌태》


 
여우조연상 소음음邵音音  《타뇌태 打擂台》


 

편집상 장희휘 张嘉辉 《엽문 2叶问2》
신인감독상 장문강庄文强 (《飞砂风中转》)
신인배우상 陈奂仁 (《李小龙》)
아시아영화상 《고백 告白》 (日本)
 
그밖에.

시상자로 나온 양영기와 이심결. 온라인 중계 화면이 얼마나 안좋은지 이심결인지도 못알아봤다.

 
탕웨이. <크로싱 해네시>의 감독인 안서가 "탕웨이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 밝혔고, 무엇보다 30회라는 시상식에서 아무리 국적 변경을 했대도 대륙 출신 배우에게 상을 줄 수는 없을 거다. 다른 배우들을 무색케하는 굉장한 호연이 아니었다면. 


사정봉과 장백지. 사정봉 얼굴에 각 잡은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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