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황진진黄真真
각본 : 정단서 郑丹瑞
주연 : 양천화杨千嬅 (昕), 임봉林峰(风), 모순균, 갈민휘,
한가로이 댄브라운의 소설책을 읽고 있는 임봉에게 양천화가 나타나 말을 건다. 그리고서 바로 원나잇. 다음날 헤어지고 영영 다시 볼 일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은 같은 직장에서 만나게 된다. 로맨스가 되려면 당연한 건데, 특이한 점은 여자가 사장이고 남자는 아래 직원이라는 점이다.
올해 홍콩영화평론가 협회 상 여우주연상 부분에 양천화가 <지명과 춘교>, <포포초가인> 두 작품으로 후보에 올라 이 영화로 상을 탔다. 탈만한 배우라 반가웠고 그래서 찾아봤다. 협회의 수상 이유를 읽어보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후 등장한 여러 홍콩 영화들과의 차이는 여주인공이 앤 헤더웨이가 아니라 메릴 스트립이란 점"이라며 그 새로운 차이점에 점수를 줬다고 한다.
내가 양천화를 좋아하지만 왜 <지명과 춘교>가 아닌 이 영화로 상을 탔는지 모르겠고, 솔직히 이 영화가 후보에 오를 정도나 되나, 싶기까지 하다. 다른 후보들이 약했나보다. (그러고보니 최종까지 경합한게 크로싱 헤네시의 탕웨이였잖아.)
전형적인 로맨스 코미디인데 이야기 자체가 상당히 뻔하며 그걸 또 뻔하게 풀어나간다. 흥행을 왜 했는지는 알겠다. 우선 모순균과 갈민휘 뿐 아니라 여러 조연들이 등장, 웃음을 주기는 한다. 능력있는 웨딩플래너에 <섹스 앤 더 시티>를 연상시키는 절친들에 잘생기고 풋풋하기까지 한 연하남에, 있을 거 다있다. 꼭 와인만 먹고, 실연에 슬퍼하는 주인공을 친구들이 끌고간 곳은 스파고 백화점 1층서 브런치를 먹고.
이 뻔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양천화에게서 나온다. <지명과 춘교>에서와 똑같이 그녀는 자신이 남자보다 연상이라 고민(이 영화에서는 더 심하게 고민한다)하고 술퍼마시다 필름 끊기고 다음날 직장에서 눈을 뜨고는 다른 직원들이 흉한 꼴을 볼까봐 몰래 자기 자기로 기어가고...임봉의 풋풋함 역시 보기 좋다. 느물거리지 않고 그렇다고 어설프지도 않은 그는 여자보다 못한 자신의 처지에 약간의 열등감을 느끼고...
이 영화가 가진 전형성의 끝은 갑자기 등장한 옛애인과 결혼하겠다는 양천화를 잡으러 임봉이 부둣가로 뛰어가는 장면이다. 그놈의 유람선. 홍콩은 섬나라라 유람선이 자주 등장하나? 우리 나라는 그렇게 따지면 인천공항으로 뛰어가지. 아마 외국애들도 울나라 드라마를 보며 이 영화를 보는 나처럼 '전화하면 되지 왜 저기까지 뛰어가?' 할지도 몰라.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 조연으로 등장하는 남자가 낯익다. 특히 목소리. 이 목소리 아는 목소리인데...이상해, 분명 아는 사람인데, 이상해....엔딩 크레딧 보니 갈민휘다.
** 임봉 괜찮더라. 양천화와 정수문의 차이 중 하나는, 배역에 맞게 옷을 입고 나오는 성실성에 있다. 이 영화에서도 그렇다. 정수문은 시골서 올라온 캐릭터라도 화려하게 입고 나오지. 하긴 정수문 영화 보는 재미가 패션에 있긴 하지만.
*** 시상자로 나온 두기봉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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