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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산책/화어(~90년대)

귀신랑 (The Phantom Bride, 鬼神娘: Spiritual Love, 1985) - 윤리따윈 집어치우고 상상의 나래를 펴라

by 주렁주렁™ 2006. 4. 6.
귀신랑 (The Phantom Bride, 鬼神娘: Spiritual Love, 1985)
감독 : 여대위, 황태래
출연 : 주윤발, 종초홍, 엽덕한, 왕소봉

요즘은 잘 모르겠다만 예전에 홍콩영화를 보면 참 대단하기 그지없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아이와 여자에 대해서 가차없다. 꼬마애들 죽는 장면은 숱하게 나왔고 여자 패는 것도 잘만 나왔다.
인기를 등에 업은 홍콩영화의 무분별한 대량양산이 홍콩영화의 몰락의 주요원인으로 꼽히지만 내부적으로는 스토리 개연성의 부족과 쓸데없는 코믹장면, 황당한 전개 등과 같은 치명적인 약점-지금도 여전한-이 원인이었다.
그렇지만 약점은 뒤집어보면 강점이라고 했던가. 황당함이 때로는 재기발랄함이 되어 '정치적이거나 윤리적으로 올바른 절대적인 가치관따윈 집어치워' 라는 포스를 무지막지하게 뿜어낼때가 있다. 최근의 홍콩영화를 보면, 수작이라 칭해지는 작품들은 설득력있는 이야기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때로는 황당무개한 홍콩영화가 그립다.
그런 점에서 종초홍 얼굴 보려 본 <귀신랑>은 오랫만에 제대로 만난 옛 홍콩영화였다. <귀신마누라>란 제목의 이 영화는 한 양아치(지 뭐)가 우연히 귀신을 구해주게 되고, 그녀가 그를 지극정성 보필하는 내용이다.
<비디오걸(전영소녀)>로 대표된다고 믿는 이런 판타지, 비리비리하고 보잘것없는 남자가 착한 마음은 있어서 절세미인(아니면 캡 귀엽거나)을 구해주고 그녀로부터 무한정한 사랑을 얻게 되고 순애보로 이 이야기가 포장되는 그런 구조. 이런게 남자들의 판타지인가보군, 사실 늘 비웃었는데 <귀신랑>은 그런 일반적인 이야기에서 한참을 더나간다. 요년 어디 더 비웃어봐라, 이런 자세로.

예전 중국전기소설의 집대성인 <요재지이> 감상에서 결국 <요재지이>는 남자들 판타지의 결정체라 말한 적이 있다. 귀신이나 여우랑 침대로 직행은 물론이요, 쓰리썸에 자매도 다 취하고 여자덕에 출세하는 그런 내용들. 호금전의 <협녀>도 요재지이의 단편이 원작이고 <천녀유혼> 역시 요재에서 그 내용을 취했다. 어떤건 명작이 되고 어떤건 순애보가 되는데, 이 영화는 참으로 희한한 형태의 순애보가 된다. 사실 두고두고 연구해볼 만한 영화다.
전기소설의 전통을 계승한 <귀신랑>을 본지가 3달이 지났는데 리뷰를 이제야 쓰는 이유는 욕심이 과했으나 포기했기 때문. 전기소설과의 연관도 밝히고(?) 싶었고 남자의 판타지-최소한 내 눈에 비치는-도 건드려보고 싶었으나 능력부족으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잠이 안와서 이제야 썼다.

다음은 영화 장면 캡쳐. 앞부분 밖에 캡쳐를 안해서 반응이 좋으면 다음 기회에 뒷부분도 추가하고 싶은 욕심. 스크롤 압박을 싫어하는데 이건 그럴수밖에 없는게 내용이 정말 깨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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