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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산책/화어(2000년 이후)

[번역] 엽문2: 종사전기 리뷰

by 주렁주렁™ 2010. 4. 30.
<엽문2 종사전기>가 5월 국내 개봉한다(꼭 광동어 판으로 개봉해줘야 하는데...). 화어권 블로그에 올라온 리뷰를 보니 평이 참 좋다. 나는 <엽문>이 잘만든 영화라 생각한다. 액션 장면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엽문이 담고있는 시대적 배경인 일제침략시기를 감독인 엽위신이 굉장히 고심해서 묘사했음을 느꼈다. 과연 엽문이란 실존 인물이 실제로 일본인과 그런 대결을 했는지, 특히 기존의 영화와 별 다를바 없이 그런 식으로 민족주의를 드러내는 장면이 꽤 짜증날 수도 있으리라 본다. 그렇지만 <엽문>으로 내가 결국은 엽위신이란 감독 - 홍콩영화 팬 사이에서는 유명한 감독이나 나는 도무지 기억을 못하는 감독 - 의 이름을 뇌리에 박게 되고 기대하게 된 건 시대를 다루는 그의 태도 때문이었다. 더 극적으로 하거나 아니면 피해갈 수도 있는 부분을 엽위신은 참 아슬아슬하게 그려낸다. 저 정도 수위를 지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난 감독의 대단한 능력이라고 봤다.

그간 읽어본 몇 편의 국내 리뷰는 견자단 개인에게 촛점이 맞춰졌거나 아니면 액션에 치중한 리뷰가 많았는데, 중국쪽 리뷰를 보면 확실히 황비홍 시리즈와의 비교가 두드러진다. 하기사 울궈먹을 만큼 울궈먹은 낡은 시리즈를 대체할 새로운 시리즈가 될 수 있을까, 기대가 될 것도 사실이겠고 이 영화 뿐 아니라 왕가위가 만드는 엽문도 대기 중이고(왕가위 판 엽문에는 엽문 부인으로 송혜교가 출연한다. 현지 기사를 보니 송혜교가 입국하며 신라면 한박스 들고 왔다고 써놨더라 ㅋㅋ). 충분히 읽어볼만한 리뷰라 생각되서 일부분을 번역했다. 다 하면 너무 길어서...-_-;; 국내 리뷰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모기불님의 리뷰였다. (솔직히 엽문 관련 내가 본 글 중 유일하게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이다. 그 정도로 나는 엽문에 대한 국내평이 얄팍하다고 느꼈다) 특히 이 부분.

 

이 영화는 아이러니가 일품이다. 엽문은 어떤 무술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대련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결국 스스로가 중국인이 일본인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대련에 나서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마지막 승부가 끝난 후, 환호하는 중국인에 둘러싸인 엽문의 혼란에 빠진 질린 얼굴은 바로 이 어처구니없는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고 있다.

 
원래 해석본에는 감상 관련 주를 달지 않는데 이 글은 해석된 부분만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기에 달 수 밖에 없다. [ ]에 들어간 부분은 전부 내 개인 의견이다.

원문 출처 : 여기 


나는 엽문 1편이 상영중일 때 견자단과 엽위신에게 말했다.

나 역시 이 영화가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홍콩영화 일련의 소심한 분위기에서 여전히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개인적 복수를 추구하는 무부(武夫)의 경계를 벗어나긴 했지만, 정의로운 일에 뛰어들어 서로 돕는 협의(侠义)란 주제를 떨치질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다양할 것 같은데, 내가 느끼기에는 평소 나라상황에 별 관심이 없던 주인공이 결말 부분으로 가면서 정의를 위해 갑자기 일어서는 상황을 가리키는 것같다. 또 곽원갑 류에서도 보여준 외국인과의 대결도 가리키는 게 아닌가 싶다]

당시 견자단의 연기는 그의 영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느꼈다. 엽문은 분명 민국(시대) 판 황비홍이고 웅대림은 십삽매이며 금산발 또한 엄진동 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모두 축소된 캐릭터다.

그러자 엽위신과 견자단이 대답했다. "그럼 엽문 2를 봐라! 반드시 당신을 만족시키겠다." 1년 6개월을 기다려야 할 지 누가 알았겠나! 촬영 당시 엽위신은 2편을 찍으며 모두가 더 많이 심사숙고 한다고 토로했다. 가령 견자단은 무수한 광동어 장편 영화를 보며 홍콩의 50년 대 말투를 참고했다. 그는 일거수일투족 더 연기에 몰입했고 더 자연스러워졌다. 또 속편에는 더 많은 중국 권파(拳派)가 등장하니 액션은 더 훌륭해야 했다. 시사회에서 영화가 끝나자 과연 <엽문2>에 감동받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은 적지않은 노력을 기울인 게 분명했고 <엽문2>의 출중함이 내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엽문2: 종사전기>는 1편의 뒷 이야기다. 불산을 떠난 엽문이 홍콩으로 이주, 영춘권을 전수하며 근근히 생활을 유지하는 한편 홍권(洪拳)의 종사와 협력해 서양의 권왕(拳王)에 대항한다. 몇년 후 이소룡이 엽문의 제자로 들어온다.

종사의 기개 : 옹졸한 것인가? 아니면 재능을 숨기고 있는 건가?

엽위신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황비홍보다 엽문의 영화화가 더 가치있다 느끼는 부분은 엽문의 시대가 항일전쟁이란 점이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 가장 쉽게 발휘할 수 있는 특징이 된다.

나는 1편을 보며 엽문이란 이 인물에게 엄청난 출연 분량이나 성격을 드러내는 세심한 묘사가 없다고 느꼈다. 담백하지만 무미건조한 묘사였다. 대인물(大人物)이 영화를 통해 오히려 소심한 사내가 된 것이다.

일찌기 내가 <엽문>을 <황비홍>과 비교하며 이런 말을 했다. "서극판 황비홍은 중국과 서방의 정치문화 충돌, 국내 민중의 우매한 내분, 서양인, 관료, 강호의 다층적인 모순을 묘사하면서 난세란 시대적 상황에 당혹스러워하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종사의 풍모를 완벽한 경지까지 묘사해냈다. 이런 점이 황비홍을 잊혀지지 않는 영화로 만들었다. <엽문>은 유사한 시대배경-항일 시대, 파괴된 국토 -와 비슷한 가치를 지닌 인물을 가지고 오히려 몇 십년 전 영화처럼 간단하게 정의를 위해 일어나는 이야기 구조를 활용한다.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국가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사색이 없는 것이다. 또 결말은 일련의 홍콩 영화에서 보여줬던 소심한 태도를 답습한다. 역사적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 전형적인 홍콩 액션영화일 뿐이다." [중국어로 작성된 영화평 중 홍콩영화 관련된 부분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 역사적 인식이 적고 회피한다는 의견이다. 본 글의 필자 역시 그 시각을 견지한 사람으로 보인다.]

<엽문2: 종사전기>를 보고는 엽위신에게 감탄했다. 황비홍 계열의 영웅적 협의 정신을 재현하는 것은 그에게 관심사가 아니다.(곽원갑은 이와 다르다) 엽문은 기존의 스크린에 등장했던 무부와 전혀 다르다. 그의 이상은 세상과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2편에서 엽문은 강습료를 걷으러 다니느라 바쁘고 세들어 사는 집주인 아주머니 때문에 감히 문을 열지 못한다. 홍금보의 집착에 "당신이 승부를 나누는 것만큼 식구들이 밥을 먹는 게 중요하다"고 대답하며, 서방 권왕과의 승부에서 이긴 후 제일 처음 하는 말이 "집으로 가야지"이다......강자와의 싸움이란 숙명에서 벗어나질 못하지만, 엽문의 기질` 도량 `정치문화의 충돌` 우국 의식....전부 대종사란 지위와는 한참 멀어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실제적인 한 개인의 풍격을 체현한다. 재능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엽문은 문파의 득실을 추구하지 않는다. 견자단이 표현하는 일대 종사는 일반인과 멀지 않다. 오히려 나와 당신 사이에 살아있으면서 우리처럼 삶의 곤경을 마주한, 우리처럼 삶을 위해 싸우는 보통 사람이다. [이 글 외에 다른 리뷰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보인다. 엽문2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싸움 장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엽문이 피곤에 절어 길거리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거나 쓸쓸한 뒷모습이라거나 그런 엽문 개인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인상적이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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