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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산책/화어(2000년 이후)

비약정해(飛躍情海; Love Me,if You Can 2003)

by 주렁주렁™ 2010. 4. 22.
沒有你的公路 在攝氏38度的夏夜裡 都像在下雪........

비약정해(飛躍情海; Love Me,if You Can 2003)

각본, 감독 : 왕육아王毓雅  
촬영 : 가정명
주연 : 임의신, 왕육아, 장명호, 유숙미, 구기문,


"난 믿어왔다. 모든 사람의 일생에는 자신만의 양산백이 있다고
허나 수천년의 윤회를 거친 후
우리들의 운명은 또 어떻게 펼쳐질까?"



남부 지방 바닷가의 식당 직원인 소삼(왕육아)은 또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다. 점장이들이 "네가 25살에 목숨을 잃게 될 정도의 큰 재난을 겪게 되는데 귀인을 만나면 살 수 있다"고 했다며 몸 조심하라는 게 그 내용이다. 한 귀로 흘려버리는 소삼에게 엄마는 사촌동생이 올 거라며 식당 사장에게 말해서 사촌동생도 같이 일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들라 한다. 소삼은 어릴 적 같은 동네에 살다 아버지의 노름빚 때문에 타이베이로 이사간 이 사촌동생 소영이 전혀 기억에 없지만 소영은 소삼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 소영은 언니인 소삼을 어릴 때부터 짝사랑하고 있던 것. 그러나 소삼에게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는 상태다.

감독인 왕육아는 <비약정해>를 <양산박과 축영대> 버금갈 가슴 저미는 로맨스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또 남장여자인 축영대와 양산백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현대로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퀴어 영화로 만든 거 보면, 게다가 주인공을 본인이 연기까지 하니, 야심(혹은 고집)이 있는 감독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아쉽게도 완성된 영화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삐그덕 거린다.

우선 소삼은 이성애자다. 남자 애인이 있고 둘의 사이는 참으로 좋다. 소영만 소삼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영화 중반 남편과 함께 식당을 방문했던 여자 손님 역시 소삼에게 애정을 고백한다. 또 "너는 너만의 축영대를 만났냐"고 묻기까지 한다. 남자한테도 사랑받아, 여자한테도 사랑받아, 게다가 여자 한 명이 아니고 다른 여자까지 고백하는 거 보면 얼마나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인간인가.  문제는 보는 내가 소삼의 매력이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거고 감독의 자아도취라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감독 본인이 연기한 걸 모르고 봤는데 영화 중반까지 소삼의 연기에 몰입하기 굉장히 어려웠다. 일부러 비 전문 배우를 캐스팅해 만든 예술 영화인가 싶어 그냥 보긴 했는데, 대사를 내뱉을 때나 다른 연기나 몰입을 계속 방해한다. 이 영화에 제일 큰 불만은, 왜 본인이 주인공을 연기했냐. 영화에서 보여준 소삼이란 캐릭터는 거의 완벽하다. 친절하고 의리 넘치고 따뜻하고...감독 본인이 연기하지만 않았다면.

왕육아 감독 본인이 쓴 각본도 아마 시간 제약 때문에 편집을 하느라 상당히 축약된 건지 모르겠다만, 감정선을 따라갈 수가 없다. 왜 갑자기 저들은 저러는 거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계속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러니 영화 마지막, 양산백을 위해 죽게 되는 소영의 극적인 장면 역시 끼워맞춰졌단 인상을 받게 된다. 즉 감독은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도 끼워넣고 싶고 퀴어 영화로 만들고 싶고 또 극적인 걸 강조하고 싶고(감독이 오토바이 타고 여주인공 구하러 가는 장면까지 나온다)...이런 여러가지 욕심을 한데 구겨넣었는데 그게 제대로 정제되지 않다보니 영화가 계속 삐그덕 거리는 거다.

괴로운 감상이었는데 리뷰를 적는 건, 그래도 이 영화에 별점을 매긴다면, 오로지 소영 역을 연기한 임의신 때문이다. 그렇게 짜증내면서 봤는데도 임의신의 고백씬에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소영의 마음을 눈치 챈 소삼이 "말 하지 말라"며 말리는데도 소영은 멈추지 못한다. 멈출 수가 없는 거다. "예전부터 나는...나는..." 하다가 늘 친절했던 언니가 정색을 하며 울지 말고 말하면 안 된다고 해도, 목이 매여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면서 고개를 저으며 "아무일도 없었던 걸로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당황한 소삼이 자리를 피해 카메라 밖으로 사라지자 소영은 애처롭게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언니, 언니"하고 부르다 목이 찢어져라 "산백!"이라 부르고는 주저 앉아버리고 만다. 대사가 몇 개 없는데 장면인데도 임의신의 연기는 가슴이 저리다 못해 고통스럽기 까지 했다.

이게 임의신의 21살 때 연기다. 이걸로 대만 금마장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역대 최연소 기록이라고 하는데(이후 장용용이 <먀오먀오>로 주연상 후보에 오른 나이가 21살이니 타이기록같다) 정말 보면서 감탄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먹힐 외모도 아니고 좋게 봐줘야 귀엽기만 한 얼굴인데 <장난스런 키스> 드라마를 보며 정말 잘한다고 감탄했었다. 우리나라 드라마화도 계획 중이라는 말 듣고는 누가 임의신처럼 할 수 있을지 의아할 정도다. 잘하니까 예뻐 보이고 좋아지고....내 눈엔 너무 예쁘다.

(결론의 임의신 찬양모드로....-_-;; 임의신이 황용 연기한 <사조영웅전>도 찾아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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