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復仇; Vengeance, 2009)
감독 : 두기봉각본 : 위가휘
촬영 : 정조강(HKSC)
음악 : 나대우
편집 : David M. Richarson
출연 : 조니 할리데이, 황추생, 임가동, 임설, 임달화, 소미기, 황일화, 나영창, 곡조림,
<복수>는 굉장히 아름답다. 아아..역시 두기봉! 이런 감정이 새삼 다시 일 정도로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익사일>이 생각나는 쓰레기장 장면이나 <문작>이 떠오르는 빗속 장면, 이 외에도 갖가지 명장면들이 산재해있다. 마치 그간 본 두기봉 영화의 종합판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그렇지만 나에게 점수를 매기라면 80점 정도?
조니 할러데이가 연기하는 코스텔로는 프랑스에서 레스토랑 셰프로, 딸의 사고 소식에 마카오로 달려온다. 남편과 두 아이를 총격으로 잃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딸은 아버지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딸의 대행자가 되어 복수를 실행하려는 코스텔로는 살인청부업자 팀 - 황추생, 임가동, 임설 -을 우연히 알게 되고 그들에게 돈을 주겠다며 부탁한다. 이 청부업자 무리는 이번에 코스텔로의 대행자가 되어 딸을 그렇게 만든 3인방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지만 곧 사주한 사람이 자신들의 보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 두기봉 영화를 보면서 딱히 스토리가 비어보인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반해 <복수>는 이야기가 굉장히 헐겁다는 느낌이다. 우선 대사의 문제.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대화해야 말이 통하는 네 남자 - 조니 할리데이, 황추생, 임가동, 임설 - 를 위해, 또 아마도 외국의 관객을 고려해 영화는 대사를 최대한 자제한다. 위가휘의 각본은 애초부터 자세한 설명을 빼겠다는 의도인 듯 진짜 최소한의 정보만을 주다가 초조해진 것일까? 지금까지 입에 담지 않던 '형제, '친구'라는 단어를 영화 중반부 넘어 몇 번이나 내뱉는다. 여지껏 별반 대사없이 폼나게 총질을 해대며 눈빛과 몸짓으로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 이 단어를 입에 담자 영화는 돌연 긴장감이 툭 끊기면서 우스꽝스러워 진다.
두번째는 자니 할리데이가 연기하는 코스텔로란 캐릭터. 스토리가 비어 보이는 건 그만큼 코스텔로란 캐릭터가 비어있기 때문이다. 딸의 복수라는 목적 외에 이 캐릭터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프랑스에서 레스토랑을 갖고 있는 세프라지만, 전직이 경찰이었는지 총을 지나치게 잘 다루면서 막상 딸의 가족들을 죽인 3인방과의 전쟁에서는 별다른 역할을 못한다. 심지어 이유를 밝히지 않은 과거 머리에 박힌 총알 때문에 기억을 잃어버리기까지 한다. 복수의 주체인 그가 황추생 등을 모으는 계기를 제공하지만 막상 결정적인 순간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그저 챙겨줘야 하는 방관자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때문에 네 사람이 스파게티를 먹으며 연대감을 쌓아가는 장면(보면서 <창화>가 생각났다)이나, 빗 속에서 나머지 세 사람을 잃어버린 코스텔로가 사진을 꺼내 행인들의 얼굴에 맞춰보는 장면 같은 인상적인 부분이 영화 정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계약으로 얽힌 관계에서 나아가 함께 식사를 하며 분해한 총을 조립하는 시합을 벌이는 사이, 그러나 인파 속에서 결국 외톨이 외국인일 뿐인 코스텔로. 이 셋이 감정을 한겹한겹 쌓아가며 결국은 보스를 배신하고 죽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기억을 잃은 코스텔로의 복수를 위해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이 답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코스텔로는 '대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세 사람이 죽고 나자 이미 기억을 잃은 상태였던 코스텔로는 직접 복수를 감행한다. 즉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영화 내내 방관자 분위기만 풍기던 남자가 영화 말미에 가자 다시 주인공으로 변신한다. 갑자기 주체가 된 남자가 복수를 완성하는 영화 후반부는 조니 할리데이만큼이나 뻣뻣하다.
덧.
위가휘가 의도적으로 각본을 이렇게 쓴 것 같은데 왜 그랬을까.
이렇게 아무데서나 총질하는 홍콩영화 보기도 오랫만.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곡조림은 무슨 역으로 나온 거지?
나는 역시 임가동이 제일 멋지던 걸.
코스텔로가 마카오에 도착, 밤거리를 헤맬 때, 매춘부들이 다가와 호객행위를 하는데 이 영화 내내 이 때만 북경어가 나온다. 즉 매춘부들이 북경어를 쓰는데, 이게 대륙에서 건너온 중국 여자들이 마카오에서 매춘행위를 하는 걸 보여준건지, 아니면 마카오에 중국 손님들이 많이 오니 일부러 북경어로 말을 건 건지. 아니지, 생각해보니 코스텔로는 외국인이니 굳이 북경어로 말 걸 필요가 없잖아. 그럼 중국여자들이라는 건데. <금계>를 보면 중국에서 건너온 여자들 때문에 홍콩 출신의 나이 든 매춘부 오군여가 밀려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럼 아직도 중국 여자들이 꽉 잡고 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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