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호(再生號; Written By, 2009)
제작, 감독 : 위가휘
각본 : 위가휘, 구건아
출연 : 유청운, 임희뢰, 염청(閻清), 곡조림(孟婆 역)
“사랑은 죽은 영혼도 그리움 속에서 다시 살아나게 한다 (爱,让死去的灵魂在思念中再生).”
<재생호>는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영화다. 제목인 '재생호'는 극 중에서 죽은 혼령이 타는 전차를, 영어 제목은 영화 내용을 가리키는데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교통사고를 당한 일가족 중 아버지(유청운)은 사망하고 아내(임희뢰)와 딸과 아들은 살아남는다. 이 중 딸은 사고로 시력을 상실하는데 10년이 지나도 이 가족 특히 엄마는 아버지의 부재에 괴로워한다. 어느날 딸 멜로디는 가족(특히 엄마)을 치유할 목적으로 소설을 쓰겠다고 제안하고 엄마와 동생은 이 말에 기뻐한다. 소설 내용은 교통 사고로 아버지만 장님이 되어 살아남고 나머지 셋은 죽은 내용.
여기까지 보면서, 이 영화에서 실제로 살아남은 건 유청운이고 이 모든 건 유청운의 소설 이야기일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왠걸, 이게 문제가 아니다. <재생호>는
1. 살아남은 가족들의 현실 이야기
2. 딸이 쓰는 소설 이야기
3. 딸이 쓰는 소설 속 아버지가 쓰는 또 다른 소설 이야기
이 세 가지가 한데 섞여버리는데 등장인물은 모두 똑같다. 두 개의 소설(인지도 사실 자신 없다)이 현실과 중첩되는데 현실의 인물들이 소설 속 인물로 다시 등장한다는 거다, 이름이랑 캐릭터도 똑같이. 게다가 각각 독립되어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간으로 진행되며 현실의 인물과 소설 속 인물의 교류까지 담아내어 보다보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단박에 이해하기가 불가능할 지경이다.
'한 번 보고 이해할 수 없고 그렇다고 두번 보기는 싫은 영화'라는 평을 읽고 으하하 웃었다. 아마 한 번 보고 이해하는 영리한 사람도 분명 꽤 있겠지. 내가 이해하려면 장면장면을 다 해체해서 다시 조립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중국어 자막으로 보면 복선이나 놓친 부분들이 꽤 있을 듯 한데.... 머리 쓰기 싫어하는 나는 '죽음'이란 사실만 빼고는 전부 딸의 소설 이야기로 생각하기로 했다.
대척료, 매드 디텍티브, 재생호 이렇게 3개를 묶어 위가휘 3부작으로 글을 쓰고 싶어서 본 작품. 매드 디텍티브 쪽이 가장 대중적이며 쉽고 재생호는 위가휘의 취향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란 평을 읽고 흥미가 동했던 작품인데(호러인 줄 알고 피했다), 다 보고 나니....쓰긴 뭘 써. 대척료부터 다시 봐야할 판.
위가휘의 각본은 엄청 치밀하다거나 하는 장점은 적은 대신, 사람을 끌어들이는 뭔가가 있다. 그래서 좋아한다. 단점이 분명 보이는데 그 단점이 무시될 정도로 다른 장점이 많으니까. 감독으로서는 아직 뭐라 판단내리긴 그렇고 좀 더 두고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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