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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산책/화어(2000년 이후)

양양(陽陽; YangYang, 2009)

by 주렁주렁™ 2010. 2. 15.
양양(陽陽; YangYang, 2009)
감독 : 정유걸 鄭有傑
음악 : 임강 林強 (희몽인생, 남국재견, 스틸 라이프, 동 등)
촬영 : Jake POLLOCK
출연 : 장용용 張榕容、장예가 張睿家、장건위 黃健瑋、하사혜 何思慧



영화 <양양>은 화장실에서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 눈 언더라인을 그리고 있는 장용용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데 옷차림과 분위기로 보아 파티 분위기. 프랑스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양양이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프랑스 인이냐? 프랑스 말 할 줄 알아?"이고 이 날은 어머니의 재혼식이 열리는 날이다. 양양은 육상 선수이고 새아버지는 자신의 코치, 자매가 된 새아버지의 딸 역시 함께 연습하는 육상선수. 그리고 양양은 새 자매의 애인을 좋아하고 있다.

볕 양(陽) 자가 두 개나 들어가는 영화 제목 답게, 영화는 시종일관 자연광으로 촬영된 화면을 보여주는데 이런 찰영이 빛을 발하는 장면은 전반부 주로 운동장에서 촬영된 씬에서다. 아무래도 육상 선수인 배역 때문에 일부러 살을 찌운 듯한 장용용은 계속 뛰고 또 뛴다.

퀴어 영화 쪽에 관심이 있다면 분명 들어보기라도 했을 <먀오먀오>의 장용용과 <영원한 여름; 성하광년>의 장예가가 이번에는 이성애자로 등장, 전작에서 짝사랑 대상을 마음에만 둔 채 끙끙거렸다면, <양양>에서는 서로 좋아하지만 중간에 낀 자매 때문에 다가서지 못하는 상태로 등장한다. 솔직히 말한다면 장예가는 도대체 이 역을 왜 맡았나 싶을 정도의 우유부단하고 병신같은 남자의 전형으로 등장. 아마 팬들 맘이 굉장히 아팠을지도.

위태위태하게 바라보기만 하던 양양은 장예가에게 잠깐만 다른 사람이 되자며 함께 잠자리를 하고 깨끗이 정리하려 하지만 장예가는 말 그대로 지지부진하게 매달리고, 이를 언니는 눈치채고 만다. 시합 당일 화해의 의미로 언니가 내민 생수를 마시고 개운한 맘으로 그간 노력했던 결실을 거두게 되지만 도핑 테스트에서 걸리게 된다. 물병에 약물을 타놨던 것. 그런데도 양양은 새아버지나 자기 엄마에게 이유를 말하지 않고 짐을 싸서 바로 집을 나와 먹고 살기 위해 모델일을 하게 된다. 이게 양양의 중반까지 이야기.

대만 내 <해각7호>의 엄청난 흥행성공이 대만영화의 부활을 말해준다고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장용용 같은 이런 젊은 배우의 등장 역시 한몫 하는 것 같다. 이제는 작년, 2009년 대만 금마장 후보에서 여우주연상 부분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주신, 이빙빙 같은 쟁쟁한 30대 대륙 배우들 틈에 87년 생인 대만의 장용용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으니 말이다. 그것도 <먀오먀오>와 함께 연속 2년 째다. (인기 많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계륜미도 아직 후보 지명 못 받아봤다) 장용용이 <먀오먀오>에서 동성을 좋아하게 된 풋풋한 여고생을 상쾌하게 연기,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양양>에서는 양양 그 자체가 되어 관객에게 충분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연기를 보인다.

양양이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안쓰럽기도 하지만...다른 걸 다 떠나 영화 마지막 양양이 4분 가까이 계속해서 달리는 장면 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영화다.

덧. 음악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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