먀오먀오(渺渺; miao miao, 2008) - 여행의 의의

먀오먀오(渺渺; miao miao, 2008)

제작 : 관금붕, 팽기화

감독 : 정효택(程孝澤)

각본 : 정효택, 채의분

편집 : 장숙평

주연 : 장용용(小璦), 가가연(渺渺), 범식위(范植偉 : 陳飛)

팀블에 금마장 시상식 글을 쓰다가 <먀오먀오>를 알게 됐다.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장용용이 출연한 <먀오먀오> 포스터를 첨부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더랬다. '참 왠지 진기정이 생각나는 영화구나.' 스타티비로 금마장 시상식을 보면서, 이 영화가 많이 보고싶어졌다.

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심야릴레이 상영을 예매했지만 망설이다 한 시간 전에 포기했다. 병원에 가는 금요일 밤부터 상영하는 거였는데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 도저히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과 6시간을 있어야한다는 게 엄두가 안났다. 3시간 가량 차를 타고 올라가서 3시간 가량 병원에 있다가 이동해서 다시 6시간을....하필 또 마지막 상영 작품이었다. 그래서 결국 포기했다. 남한테 양도한다거나 줄 시간도 아니었기에 인쇄해온 표는 고이 가방 속에 밀어넣고 나는 <먀오먀오>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오늘 <먀오먀오>를 봤다.

주인공인 고등학생 소녀들이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진기정의 <여행의 의의>를 부르는 순간, 젠장 눈물이 흘렀다. 울면서 따라불렀다. 아마 대만에서 대만 아이들과 함께 봤다면 그들과 함께 따라불렀겠지 상상하면서.

대만 여고생의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 <남색대문>에서도, 주인공인 계륜미가 좋아하는 친구와 춤을 출 때 진기정의 노래가 나온다.  

영화속 대만의 소녀들은 이상하리만치 수다스럽고 활기차고, 또 이상하리만치 학교가 파했는데도, '우리는 여고생이야'라는 걸 확인시키려고 하는지 교복을 입고 다닌다. (뭣보다 친구 집에 놀러가서 교복 차림으로 침대에서 잠드는 게 제일 이상했다.) 교환학생으로 온 일본인 먀오먀오는 아무리 극중에서 대만에서 태어났다고 설명하지만 중국어를 너무 잘한다 -_-;; .

남자 주인공인 범식위의 역할을 축소해서 병풍처럼 묘사했음, 끝에 그 장면의 고백은 굳이 넣지 않았으면...등등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영화는 참 좋았다.

범식위가 예전 밴드활동을 했고 현재 중고 cd 가게를 운영한다는 설정답게 좋은 곡들이 많이 나온다. 교환학생 먀오먀오를 사랑하게 되는 주인공 장용용이나, 먀오먀오가 범식위에게 마냥 빠져드는 점이나, 이들이 느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납득된다.

내용이나 연기나 음악이나 대사나...보는 내내 그냥 좋았다. 행복하더라.


먀오먀오 역의 가가연. 옆모습이 계륜미를 닮아서 놀랐는데 찾아보니 어린 계륜미란 닉네임이 보인다. 얼굴이나 느낌이 미묘하게 계속 바뀌어서 특이하다. 그래도 난 장용용이 더 좋았지만.

그리고 유일한 남자 주인공 범식위. 시종 우울남 모드. 범식위보다 밴드 보컬 역 배우가 궁금했는데 못찾겠다. 어쨌거나, 너무 낯이 익어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싶어 찾아봤는데 내가 본 영화가 없다. 출연작을 보지 않았다면 이리 낯익을 수가 없는데 정말 이상하다 싶었는데, <우리 집으로 와요>인가 하는 대만드라마 주인공이었던 배우다. 내가 동호회에 잠깐 있을 때, 또 잠깐 자막 번역했던 드라마다. 그러니 이렇게 낯익었겠지. 몇 번을 돌려봤으니까. 반갑더라. 그때보다 좀 색깔이 분명해진 것 같기도 하고. 너도 늙었구나 싶기도 하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