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후....한 마디로 영화는 '굉장히 나쁘다'.
정부에서는 대외 비밀로 개발한 로봇(이라고 쓰겠다)을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호군에게 맡도록 명한다. 작은 마을에서 경찰로 재직중인 호군은 어떤 자매와 절친한 사이인데 그 중 동생이면서 자신과 같은 경찰서에서 일하는 손려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의도치않게 손려는 로봇인 방력신에게 빠져들고 정부를 피해 다른 로봇인 오경이 방력신 앞에 나타난다.
오경이 방력신에게 "왜 인간은 자유롭게 사는 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단 말이냐?"고 부르짖는 장면에서는 악당이 나타나 "세계를 정복하겠다"고 하는 수준의 촌스러움이 느껴진다. 이 뻔한 대사에 설득력을 담으려면, 로봇이 인간 사회에서 얼마나 자유를 제약당하고 있는지를 묘사하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제 3자가 이 대사를 뱉어야 한다. 그러나 감독인 유진위는 그렇게 하질 않는다. 아마 주인공인 방력신 대신 다른 로봇인 오경이 뱉었으니 다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만....
<트랜스포머>의 영향이 명백하게 느껴지는 디자인도 이해 불가. 트랜스포머의 변신 로봇은 인간이 만든 게 아니라 외계인들이다. 인간이 로봇을 만드는데 뭐하러 저렇게 복잡한 변신 능력을 부여하지? 만약 내가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그게 전쟁용이던 생활용이던 간에) 로봇을 만든다면 저리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로봇보다는 <아이 로봇>의 심플한 로봇을 만들거다.
유진위는 <서유기>에서 월광보합이란 시간 이동장치를 이용했다. 사극이기 때문에 이상하지 않았다. <무한부활>에서는 인도에서 온 신기한 목걸이로 시간을 이동하게 된다. 이건 좀 설정이 안일했다만 나머지 부분들이 너무나 괜찮았기 때문에 그다지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계협>은 코미디에 로맨스에 액션에, 게다가 로봇의 자유까지 말하면서 뭐 하나 제대로 묘사하질 않는다. 마치 자기가 만든 기발한 설정에 감탄해서 끝날 때까지 그 설정만 줄창 부르짖는 영화를 본 기분이다.
덧1. 액션도 나쁘다. 오경의 원숙해보이는 모습은 분명 반갑고 그의 쿵푸 자세를 보는 건 즐거웠다만 액션씬에 아무런 신선함이 느껴지질 않는다. 이건 영어 원제인 <쿵푸 사이보그>를 떠올려보면 가장 나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