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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산책/화어(2000년 이후)

유령인간(幽靈人間; Visible Secret, 2001)

by 주렁주렁™ 2010. 6. 11.
유령인간(幽靈人間; Visible Secret, 2001)

감독 : 허안화
각본 : 광문위 邝文伟
촬영 : 황악태
음악 : 두독지 杜篤之 (인터뷰 자료)
출연 : 진혁신, 서기, 이찬삼, 혜영홍, 황점, 정주혜丁主惠
21회 금상장 촬영상/ 홍콩 평론가협회 감독상


드라마 자체는 굉장히 재밌게봤다.
'오오오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 거지?
어떻게 해결하려는 거지?
아니, 저건 무슨 소리지?'
이런 감정들의 교차.
나에게는 상당히 재밌었고 연출도 무난하며 진혁신이 꽤 연기 잘하네 하면서 보긴 했는데,

이걸 잘만든 호러라거나 훌륭한 호러라거나...그런 말은 못하겠다.
허안화의 호러영화 연출은 참...무난한데 아무 특색이 없고, 무엇보다 호러 장면이 아닌 그냥 이야기가 주된 장면의 연출이 영화 내에서 훨씬 낫다. 캐릭터의 감정을 말이나 음악에 기대지 않고 그저 딱 한 장면으로 납득시켜버리는 연출을 해내는데 그런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 말은 그만큼 호러 연출이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개성이 없고 때로는 무섭지 않다 못해 유치해 보이기도 한다. 만약 호러 영화에 능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면 상당히 다른 영화가 탄생했겠지. 이 영화를 본 다른 분은 "허안화는 앞으로 호러를 하면 안된다"라고 평하더라, 어느 정도 동감한다.
<유령인간>의 이야기 자체는 꽤 짜임새 있기 때문에 이야기로만 보는 재미가 충분하다, 고 쓰지만 호러영화 팬이 본다면 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나야 본 호러 영화가 없으니 이렇게 재밌게 본 걸지도. 그래서 선뜻 남들이 봐도 재밌을 거란 말을 못하겠다. 그래도 어느 정도 흥행했으니 2편도 나왔겠지 싶다.

원래 조미한테 갔던 배역을 서기가 연기한 거라는데, 서기의 이 '산만하며 개날라리인 것 같으나 그러면서도 왠지 순진한 이미지'가 참 지겹기는 하나 조미가 연기한다는 게 상상이 안간다. 그만큼 서기한테는 뻔한 역이면서 또 그만큼 어울리기도 하고 또 그만큼 조미한테 영 안 어울린다. 사실 서기가 잘했다기 보다는 조미가 하느니 서기가 백배 낫지! 이런 심정이다.

헤영홍이 이걸로 조연상 후보에 올랐던데, 연기 참 잘한다. 이 사람은 미인인데도 얼굴 자체로 이야기와 분위기를 만드는 느낌이다. 최근 금마장 금상장 전부 혜영홍이 여우주연상을 탔다. 그 영화도 보고 싶어진다. 나는 이 사람이 젊을 때 어땠는지 전혀 모르니까 궁금해졌다.

포스터 사진을 올린 이유는, 포스터 자체가 페이크 이기 때문. 영화 내용과 아무 상관이 없는 포스터다. 특히 오프닝 크레딧에 곡조림 이름이 보여 어디 나오는지 끝까지 기다렸지만 알 수가 없었다. 곡조림은 이름만 낯익을 뿐 얼굴을 잘 몰라 그런가보다 싶어 찾아보니, 저 포스터에만 나오는 우정출연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참 재밌는 포스터다. 혜영홍 얼굴이 빠진 건 아쉽다만.

음악이 인상적이라 찾아보니 두독지란 사람이다. 허우 샤오시엔이나 차이밍량 영화 음악을 주로 했던 사람이라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인터뷰 해석 한 번 해봐야겠다.

영화 시작 후 역시 우정출연인 황추생이 사고를 당해 머리가 날아간다. 몸통만 남아 가던 길을 계속 가다 쓰러지며 이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한 홍콩(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블로거 글을 보니 "얼굴이 없어졌는데도 어쩜 그리 몸통만으로도 말은 잘하는지"라고 써놨더라. 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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