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상 산책/화어(2000년 이후)

출수부용; 미션! 수영의 여왕(出水芙蓉; The Fantastic Water Babes, 2010)

by 주렁주렁™ 2010. 8. 16.
출수부용; 미션! 수영의 여왕 (2010)
出水芙蓉 The Fantastic Water Babes
감독 : 유진위
각본 : 기안
출연 : 종흔동, 방력신, 황성의, 풍덕륜, 전량


<출수부용>은 간단히 말해 성공한 도시남이 시골생활을 계기로 삶의 의미와 진짜 사랑을 깨닫는 이야기다. 그러나 여타의 '도시=빈껍데기 삶/시골=진정한 삶'을 다룬 영화와 전혀 다르게 진행되는 데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 남자가 주인공이 아니다. 게다가 그는 사고 때문에 시골로 오지도 않았다. 그는 납치되었다. 그것도 소녀에게.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 소녀다.
둘째, 감독이 유진위이다. 유진위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그가 코미디에 능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사랑'에 대해 여전히 끈질기게 매달리는 감독은 홍콩에 없기 때문이다. <도성>, <92 흑장미 대 흑장미>, <동성서취>, <서유기>, <불초자 열혈남아>, <천하무쌍>, <무한부활>, <정전대성>, <기계협>......정극이던 코미디이던 그의 영화 속 캐릭터들은 사랑을 이유로 움직인다.

홍콩의 장주(长洲) 동만도(东湾道)에 사는 소녀 라교(종흔동)는 애인의 배신에 바다로 투신하나 죽음 대신 초능력을 얻게 된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가 다시 투신자살을 시도할까 두려워 초능력 소동에 협조하게 되고 이에 기세 등등해진 라교는 초능력으로 애인을 뺏어간 연적에게 복수하려다 실패하고 만다. 수영 선수인 연적과 수영으로 승부내기를 하게 된 라교의 눈에 뜨인 건 유명한 수영 선수이며 친절하기 이를 데 없는 곽지원(방력신). 그러나 알고 보니 그가 라교에게 건넨 친절한 말은 그저 매스컴을 의식한 맘에 없는 소리였고 결국 라교는 그를 납치해 여행 가방에 담아 동만도로 돌아온다. 수영을 가르쳐달라는 라교를 피해 도망치려는 곽지원의 거듭되는 시도는 마을사람들 앞에 무마되고 마는데...

<출수부용>에서 코믹을 담당하는 건 납치된 곽지원과 마을 사람들이다. 특별출연한 풍덕륜도 성실히 자기몫의 코미디를 해낸다. <기계협>에서도 느꼈던 부분인데, 유진위는 확실히 세월의 힘 덕분인지 아니면 대륙관객을 의식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홍콩 영화 분위기 자체가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인지 코믹한 장면을 예전처럼 길게 끌지 않고 짧게짧게 넘어간다. 지저분한 것도 굉장히 줄었고. 편집이 굉장히 세련되면서 무엇보다 리듬감이 강화됐다.

특히 이런 리듬감은 라교와 곽지원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카메라가 자꾸 자꾸 클로즈업하는 두 사람의 신발, 그러다 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신발 한짝을 떨어뜨리는 장면 - 그러고보니 자전거는 기계협에서도 나오지 않았나? - 을 보면, 유진위가 참 애틋한 분위기 연출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알 수있다.

예전 유진위 영화를 보며 깔깔거렸던 것 만큼, 오랫만에 영화 보며 많이 웃었다. 적절하게 계속해서 터져주는 코믹 부분이 몹시 즐거웠고 또 예전 유진위 영화 생각도 많이 나고, 녹슬지 않았구나 반가왔다. 가령 관음이 나타나 "대해무량"이라 하는데 저 말은 <동성서취>에서 임청하가 시전할 때 하던 말이었다. 많이 웃긴데다 예전의 불편한 장면들이 줄어드니 더 반가왔을수밖에. 아 그리고 촬영지인 동만도(东湾道)의 바다와 수영장이 주 배경이라 시원했고.


유진위 각본은 언제나 자기가 관심있는 부분에만 몰두한다. 논리적이라거나 앞뒤가 들어맞는다거나, 이런 부분이 자신이 추구하는 거 - 코미디랑 로맨스- 와 별 상관이 없으면 신경을 안쓰는 것 같다. <정전대성>의 뒷부분과 같이 저 쓸데없고 웃음이 나오는 CG 떡칠 결말도 유진위는 전혀 신경안썼을 것 같다. 그에게 중요한 건, 꼭 넣고 싶은 장면인 이상 보기에 어설퍼보여도 반드시 들어거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그는 바닷속 관음을 불러내고 수영장을 CG로 초토화시킨다.  

자전거 씬도 그랬지만 엔딩도 참 마음에 들었다. 이제 유진위는 설명을 과감하게 생략한다.
 
<출수부용> 출연진 중 일등 공신은 뭐니뭐니 해도 주인공 라교 역의 종흔동이라 할 수 있다. 팽호상의 <공주복수기>에서도 배신한 애인 오언조에게 복수하는 여자를 연기한 종흔동은 이번에도 복수가 주목적인 소녀를 연기하는데 그때보다 훨씬 연기나 색깔이 강해졌다. 이런 배우가 그 스캔들로 묻히는 거 참 아깝다. 홍콩 토종 여자 배우 중 이 정도의 인상을 받은 젊은 배우는 거의 드문데 말이지. 아쉬워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