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인 양덕창의 이름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때부터 자주 들었던 이름인데도 영화는 한 편도 본적이 없다. 뭐 후샤오시엔 영화도 마찬가지로 본적은 없지만.
깐느에서 감독상을 탔다~ 는 소식에 궁금하기도 하고 왜 이렇게 유명한 건지 궁금해서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는 결혼식으로 시작해 장례식으로 끝난다. 한 가족의 얘기를 담고 있는데
1. 아빠 : 엔제이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난 옛 첫사랑.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돌아서는데 여자가 갑자기 쫒아와서 소리 지른다. "너 그때 왜 나오질 않은거야? 너때문에 내 인생은 망쳤어."
2. 엄마
혼수상태에 빠진 할머니에게 말을 걸어주라는 의사의 말에 며칠뒤 남편에게 울면서 하는 말.
"엄마한테 할 말이 없어. 몇 마디 하고나면 더이상 할말이 없어. 어떻게..이럴수가 있는거야..."
3. 딸 : 정정
친구의 남친이었던 남학생과 사귀게 되지만 잘 안된다. 혼수상태에 빠진 할머니에게 용서해달라고 하다가, 나중에 깨어난 할머니에게 이제 편히 잘 수있게 됐다 라고 한다.
4. 아들 : 양양
꼬맹이. 남들이 보지 못하는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뒷통수만 잔뜩 찍는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들 가족들은 모두 모인다.
엄마가 아빠에게 하는 말
"삶이란게 복잡한게 아니더라구. 단순한거더라. 산에 올라갔어도 똑같았어. 나는 엄마가 된거고 그들은 내가 된거고. 난 그들 얘길 듣기만 하는 거였고."
아빠가 엄마에게 하는 말
"당신이 없는 동안 난 옛날로 돌아갔었어. 다시 돌아가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지 알았는데 결국 달라지는건 없더군."
산다는건 결국 똑같은...일탈인줄 알지만 결국 지루한 일상의 반복일 뿐이라는 생각이 이 아빠와 엄마를 보며 들었다.
확대경으로 들여다본 타인의 삶이 나와 다를바 없다는 -- 그래 너도 나랑 똑같아 사는게 뭐 별거 있을줄 아냐--- 생각보다는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쟝이모우의 <살아가는(한국제목: 인생)>을 봤을때처럼...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 아닌가
--- 1. 로버트 알트만의 <숏컷>과 함께 비교해봐도 좋을 듯.
--- 2. 세시간에 걸친 이 지루한 가족사를 보고 열광했다는 깐느의 심사위원, 기자 그리고 관객들에게 기립박수라도 쳐주고 싶다. 인터넷으로 본 덕분에 30분씩 끊어서 그나마 끝까지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