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맛(孤味 ; Little Big Women, 2020)
감독 : 허승걸
각본 : 허승걸, 황이매
촬영 : Jon Keng
음악 : 가지호
주연 : 진숙방(林秀英), 사영훤(陳宛青), 비비안 수(陳宛瑜), 손가방(陳宛佳), 정녕(小澄), 진연비(蔡美林)
오늘은 주인공인 임수영 여사의 70세 생일, 혼자 식당일을 하며 딸 셋을 키워낸 어머니이다. 저녁에 열릴 생일 파티에는 딸 셋과 사위, 손녀까지 다들 이 곳 타이난(台南)으로 와서 참석할 예정이다. 하필이면 오늘, 연락이 두절된 지 20여 년이 지나 생사를 몰랐던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아직 법적으로 부부인 임수영은 남편의 장례식을 직접 치를 생각이다. 그런데 보아하니 돌아가는 눈치가, 남편에게는 같이 오래 살았던 여자가 있는 것 같다.
영화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 채 금마장에서 여우주연상을 탔다는 것과 여러 여성 배우들이 주 출연진이란 점에 끌려서 본 대만 영화이다. 시기 적절하게 한국 넷플릭스에 올라와서 접하기 쉽기도 했고. 대만에서는 2020년 연말에 개봉했는데 두 달 만에 1.8천만 대만 달러를 벌여들여서 2020년 대만에서 최고로 흥행한 대만영화 1위를 기록했다. 흥행 2위인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과는 8천만 대만 달러 차이가 날 정도로, 하나의 기현상으로 보일 정도의 압도적인 흥행이라고 한다.
[고독의 맛]을 보면서 이상하리만치 중간중간 많이 울었다. 도대체 왜 이런 평범한 장면에서 내가 울고 있나, 왜 눈물이 나오지? 싶을 정도로 자주 울었다. 이게 무슨 호르몬 때문인가? 싶기도 했는데 날짜를 봐도 별 상관이 없는 날이고. 내 눈에서 왜 자꾸만 눈물이 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영화 리뷰를 쓰는 것도 미루게 됐다. 어쩌면 내가 왜 우는지 알기 싫었던 걸 수도 있다. 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중문 제목 '고미(孤味)'란 대만어에서 한 가지 음식만 파는 작은 식당, 그 하나의 메뉴에만 전력을 다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러한 의미가 점점 넓어져 생활 태도나 인생 철학에까지 쓰인다고 한다. 제목의 뜻을 알고 보니 영화가 좀 더 다르게 보였다. 아무래도 다시 한 번 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 [고독의 맛] 주인공 임수영은 새우롤(虾捲) 튀김 하나를 계속 팔아서 딸 셋을 길렀는데 이 음식이 타이난의 대표적인 지역 음식이라고 한다. 또 대만의 전통음식 중 '닭고기 롤(鷄捲)'이 있는데 대만어에서 '닭 계(鷄)' 글자와 '많을 다(多)' 자는 발음이 비슷, 수많은 대만 가정집에서는 저녁식사로 남은 재료들을 롤로 말아서 먹었다고. 타이난의 부유한 집에서 여기에 새우를 넣어서 먹었고 그러다 보니 닭고기 롤이 새우롤이 되었다고 한다.
*** 허승걸 감독은 [고독의 맛]을 먼저 단편 영화로 만들고 2020년에 장편영화로 만들었다. 단편과 장편의 내용상 차이는,
임수영은 큰 식당 사장이 되지 못했꼬, 딸 셋과 아들 하나가 자식으로 있으며 장편의 외손녀는 단편에서 친손녀(아들의 딸). 포스터도 첨부해본다. 주인공은 이 영화로 금마장 여우주연상을 탄 진숙방이 단편 장편 모두 주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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