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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산책/화어(2000년 이후)

춘교와 지명(春嬌與志明; Love In The Buff, 2012)

by 주렁주렁™ 2012. 5. 24.

춘교와 지명(春嬌與志明; Love In The Buff, 2012)

감독 : 팽호상

각본 : 팽호상, 육이심

촬영 : 관지효

출연 : 양천화, 여문락, 양멱, 서쟁, 곡조림, 소음음, 곡덕소, 황효명, 하오레이, 정이건, 왕형평



* 다량의 내용노출 있습니다.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인연을 맺은 지명과 춘교의 이야기를 그린 2010년 작 <지명과 춘교>에서 2년이 흘러 <춘교와 지명>이 등장했다. 팽호상은 자신은 2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 영화는 다른 영화라고 말했었다. 전작에서 팽호상과 함께 각본을 쓰고 금상장서 각본상을 수상했던 맥희인이 이번엔 없다! 그렇다, 이 영화는 속편이 아니라 다른 영화이며 그건 즉 지명과 춘교 팬이라면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춘교와 지명은 동거중인 커플인데 지명의 이기적이고 배려심없는 모습에 질린 춘교가 이별을 선언한다. 지명이 상황을 개선하려 하지만 결국 실패, 그는 일 때문에 북경으로 가게 되고 거기서 스튜어디스인 북경 아가씨와 사귀게 된다. 춘교 역시 일하는 화장품 가게가 홍콩서 철수하고 북경으로 옮기는 덕에 북경으로 이주하고, 지명과 우연히 마주친다.  춘교에게도 애인이 생긴다. 

이 영화는 설정부터 건드려야할 게 많다. 각자의 애인도 다뤄야하고, 초반 빠르게 이별했기에 좋았던 시절 회상씬도 보여줘야하며, 아직도 남아있는 감정 자각도 해야하며 그러면서도 <지명과 춘교>처럼 코믹하기도 해야한다. 또 성장도 해야한다! 그게 파편화되어서 굴러다니는 인상.  

이들이 왜 각자의 애인을 속여가며 만나는지 모르겠다. 그저 춘교와 지명이니까 만나도 당연한 것 같다. 그리고 춘교와 지명이니까 재결합할 것 같다. 춘교와 지명의 상대들이라 그런지 각자의 애인들은 아주 빠르고 착하게, 귀찮게굴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난다. 마지막에 지명이 내뱉는, 자기가 변하겠으니 기회를 달란 말은 팽호상에 대한 호감을 없애고 싶을 정도로 지루한 대사였다. 그래도 보통 홍콩로맨스가 죽어라 달려가서 여자를 항구에서 잡는다면, 이 영화는 배경이 북경이라 기차역에서 잡는다 ㅎㅎㅎ 

많은 배우들이 특별출연한다. 심지어 감독인 팽호상까지 한장면 나온다. 구석탱이에 있어서 잘 안보이긴 한다만. 하오레이도 나오고 황효명도 나온다. 황효명이 나와서 분량을 주느라 리듬감이 실종된 느낌. 이밖에 많이 나왔을텐데...어쨌든 두 명의 톱스타가 실명으로 등장한다. 그 중 한명이 예전 <이연걸의 보디가드> 주제가로 유명했던 왕형평이다. 노래방에 간 춘교가 왕형평의 히트곡을 부르는 장면에서 아이돌스타같은 청초함을 뽑내는 왕형평의 뮤직비디오가 화면에 오래 나온다. 팽호상이 왕형평 팬인가 싶을 정도로 오래, 클로즈업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지금 왕형편이 다시 등장해서 화들짝, 정말 화들짝 놀랐다. 반갑기도 했고. 

<춘교와 지명>의 북경(과 중국)은 참 아름답다. 휴양지같다. 심지어 <실연33일>의 북경보다 훨씬 근사하고 여유있으며 촌스럽지 않다. 종종 홍콩감독들에게 발견되는, 홍콩인 눈에 비친 천박한 중국 느낌이 없다. 팽호상의 시선은 홍콩인이라기보다는 외국인이다. 그에 눈에 비친 중국은 모국이 아니라,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외국이다. 그래서 자신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뭘 깔아본다거나 동질감을 느낀다거나 하질 않는다. 

이 아름다운 화면에서 여전히 양천화와 여문락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팽호상의 실망스러운 작품이나, 양천화와 여문락을 한 화면서 보는 건 여전히 즐겁다. 그게 춘교와 지명이란 캐릭터가 가진 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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