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생의 <칠검하천산>을 소설로 옮긴 <칠검(七劍; Seven Swords, 2005)>은 서극이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다. 제목인 <칠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칠검 뿐 아니라 조연까지 여러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게<칠검>이 실패한 이유다. 너무 많은 인물은 영화에 산만함을 가져와 우왕좌왕한다. 아마 서극도 난감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작 자체가 유명하니 함부로 일검, 이검 등으로 제목을 바꿀 수도 없고 7명을 다 넣어야 화려하긴 할 거고. 차라리 과감하게 대사형인 견자단 원톱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면 덜 산만했을 거다. 그러자니 둘째로 나온 여명이 걸린다, 게다가 여명은 양채니와 짝을 이루는 중요한 역이다. 또 칠검이 탄생하는 역할을 하는 유가량도 뺄 수가 없다.
뺄 수 없어도 스토리가 짜임새 있더라면 상관없었을 텐데 아쉽게도 영화는 그렇지 못하다. 칠검만도 7명인데 이 들을 다 다루지도 못하고, 이들을 둘러싼 조연도 계속 등장한다. 그렇게 산만해지고 그게 실패의 이유라고 짐작된다.
이런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나는 <칠검>이 좋았다. 서극이 만들어내는 액션 장면과 칼이 벽을 긁는 소리를 사랑하지 않는 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거부할 수 없는 한 가지 매력으로 <칠검>은 나를 사로잡았다.
사실 <칠검>을 선택한 이유는 손홍뢰 때문이었다. 얼마나 멋지게 나올려나 궁금했고 내 기대를 200% 채우고도 남았다. 거의 악당 원톱인데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마지막에 견자단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둘 다 어찌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견자단도 좋아졌다.
이밖에 배우들 이야기. 김소연이 등장해서 놀랐다. 김소연은 참 진지하게 열심히 연기하고 있다. 문제는 견자단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과 대사를 치고 받아야하니 몰입이 힘들어지는 단점. 김소연은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고 성숙한 외모 때문에 일찌감치 성인역을 자주 맡았다. 김소연은 성실한데 그게 꽤 답답하게 다가온다. 음...사춘기를 겪지 않고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어떤 연기를 해도 그 배역이 되는 게 아니라 김소연이 열심히 하는구나 에서 감상이 끝이다. 아까워라.
장정초 참 예쁘더라. 장쯔이랑 꽤 비슷하네 싶으면서 훨씬 더 청순하고 맑은 느낌. 유망주라고 할 만 하다.
처음에는 육의 얼굴 못알아보고 '오대위가 보톡스 맞고 출연하는 건가' 한참 생각.
유가량 멋지더라.
양채니는 왜케 말랐냐.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무 느낌 없는 배우이지만 이번에는 '살 좀 찌지' 싶더라. 유가량과 첫 대면에서 나쁜놈한테 맞아 나가떨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오 엄청 아프겠다' 싶었다.
여명은 휴우.........왜 출연한거니? 왜 이름이 제일 처음 나오니? 대역을 쓰고 본인이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무술 장면이 없다.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주제에 "나한테 무술을 배우면 돼"라는 뻔뻔한 대사를 유일하게 내뱉는다. 너부터 배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