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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산책/화어(2000년 이후)

어느날; 유일천 (有一天; One Day, 2010)

by 주렁주렁™ 2011. 7. 13.
어느날; 유일천 (有一天; One Day, 2010)
제작 : 허우 샤오시엔 
감독 : 후계연
출연 : 사흔영, 장서호  
 

엄마와 함께 까오슝 서남쪽 근해의 기진(旗津)에서 살고 있는 사흔영은 요즘 자꾸 꿈에 한 남자가 나온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지만 왠지 싫은 느낌이 아니라서 어릴때 바다에서 실종된 아빠일 거라고 믿고 있다. 어느날처럼 아빠의 나침반을 챙겨 자신의 일터인 선박에 승선하는데 그 배에는 해남(海南) 기지로 배정받은 군인들이 잔뜩 타고 있다. 어느덧 한밤중이 되자 배는 암초에 걸린 것처럼 멈추고 아빠의 나침반은 방향을 가리키지 못한다. 게다가 군인들이 가득 차있던 배 안에는 사람의 흔적이 없다. 이 와중에 군인인 장서호가 나타나 사흔영에게 "여긴 지금 실제가 아니라 꿈 속이라"고 가르쳐준다. 게다가 처음 보는 이 군인은 왠지 자신을 알고 있는 눈치다. 그러다 영화는 갑자기 현실로 돌아오더니, 이번엔 머리를 싹둑 자른 사흔영이 타이베이로 올라가 (꿈 속에서 장서호가 가르쳐준) 독서실로 들어간다. 옆자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은 장서호이지만, 이번엔 장서호가 사흔영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며 그런 그를 보는 사흔영의 눈에는 물기가 어려있다. 

2010년에 등장한 신인감독들의 영화 - <오브아 타이베이>, <타이베이 카페 스토리> 등 - 중에서 가장 관객 호응도 적고 저평가된 영화로 알고 있다. 게다가 제작이 허우샤오시엔이니 꽤 기대를 배반당한 인상을 받은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다. 

"엄마, 물어볼 게 있는데 말이야. 지금 시간을 되돌려서 아빠를 막 알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엄만 그래도 아빠랑 결혼할꺼야?"
"당연하지."
"하지만 엄만 이미 아빠가 실종될 걸 알고 있는데도?"
"그래도 할거야."
"왜?"
"두 사람이 함께 할 때가 너무나 행복했거든.  나중 일 때문에 눈앞의 행복을 포기할 순 없잖아?"

<어느날>에서 그리고자 하는 사랑은 위에 인용한 사흔영과 엄마의 대화에서 잘 드러난다. 허나 이 사랑 이야기 영화는 지나치게 느리다. 왜 이렇게 느린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느리다. 그렇다고 느린 만큼 감정의 결이 살아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야기가 많아서 느린 게 아니라, 그냥 느리다. 이야기가 없는데 영화는 느리고 그 이야기란 것도 익숙한지라 뒷 내용이 충분히 짐작 가능하고. 무엇보다 아쉬웠던 건 감독이 영상 그 자체보다는 주인공인 사흔영의 매력적인 얼굴을 담는데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사흔영의 얼굴은 분명 매력적이나 영화 하나를 이끌어 나가기엔 풍부하지가 않다. 

덧. 
1. 드라마 <나년, 우부정국>으로 데뷰했던 장서호가 그래도 주연으로 출연한다. 이 친구의 맑은 느낌은 여전하다. 
2. 독서실 구조가 우리랑 별 차이 없는 대신 남녀가 섞여서 공부한다. 
3. 수험생들끼리 빙수를 먹으러 가는데 거의 냉면그릇 크기의 그릇에 담아나온다. 열대지방인 타이베이 빙수에는 다양한 과일이 올라가는 게 특색인데 수험생이라 과일추가할 돈이 없던건지 아니면 제작비가 없던 건지 아니면 진짜 그냥 팥빙수인건지...초라해서 좀 실망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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