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산 (觀音山; Buddha Mountain, 2010)
감독 : 이옥
각본 : 이옥, 방려方励
각본 : 이옥, 방려方励
주연 : 범빙빙, 장애가, 진백림, 비용, 방려, 금용
Original Music: Peyman Yazdanian
음악 : 두곡지
촬영 : 증검
편집 : 증검, Karl Riedl
미술 : 유위신
1.
관음보살이 연상되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관음산>은 상처와 치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 명의 청춘남녀와 은퇴한 경극 배우 장애가가 받은 상처의 원인은 각자의 개인적 삶에 있는데 후반부로 가면 여기에 지진 사건이 슬쩍 끼어든다. 순간 나는 "또 지진이야? 드럽게 울궈먹네."란 말을 내뱉는다. 그와 동시에, 고작 몇 년전 남의 나라 일이라고 지겨움을 핑계로 짜증을 당당하게 내뱉는 나란 인간이 당황스럽다. 지금까지 이 나라에 살면서 한 번도 외국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거대한 자연 재해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리는 어떤 류의 '거대함'과 그 거대함 앞에 선 인간의 '무력감'을 나는 겪어본 적이 없다. 나는 내가 경험해본 적이 없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산사람은 살아야 하는 건데 왜 너희들은 잊지를 못하니, 언제까지 부여잡고 징징거릴건데, 빨리 털어버리라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것이다.
2.
주인공 범빙빙이 이 영화로 동경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연기력도 인정받는 결과를 이뤄냈다. 더불어 문예 영화이면서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뒀고.
그러나 이 영화의 첫번째 주인공은 장애가이다. 차고에 둔 1년전 죽은 아들의 부숴진 차에 가서 날마다 우는 엄마이면서, 세를 내어준 세 젊은이에게 별 트집을 다 잡는 신경질적인 아줌마이면서, 죽은 아들의 생일날 케잌을 들고 찾아온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너는 아직도 동화를 꿈꾸니?"라면서 "계속 내 아들을 그리워한다고? 나한테 위로받고 싶은 거구나. 그럼 너를 내가 위로해준다면, 나는 누가 위로해주니?"라고 묻는 시어머니이면서, "고독은 영원한게 아니지, 함께할때야 그제서 영원해지지(孤单不是永远,在一起才是永远的)..."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장애가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인상도 받는다. 아예 장애가를 주인공으로 삼아 세 젊은이를 축소했거나, 아니면 세 젊은이의 눈에 비치는 장애가 정도로 한쪽을 팍 줄여버렸다면 불균형의 느낌이 덜하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한데...아마 감독인 이옥은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장애가의 연기는 무시무시하고, 범빙빙은 호연이란 느낌 정도.)
그러나 이 영화의 첫번째 주인공은 장애가이다. 차고에 둔 1년전 죽은 아들의 부숴진 차에 가서 날마다 우는 엄마이면서, 세를 내어준 세 젊은이에게 별 트집을 다 잡는 신경질적인 아줌마이면서, 죽은 아들의 생일날 케잌을 들고 찾아온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너는 아직도 동화를 꿈꾸니?"라면서 "계속 내 아들을 그리워한다고? 나한테 위로받고 싶은 거구나. 그럼 너를 내가 위로해준다면, 나는 누가 위로해주니?"라고 묻는 시어머니이면서, "고독은 영원한게 아니지, 함께할때야 그제서 영원해지지(孤单不是永远,在一起才是永远的)..."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장애가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인상도 받는다. 아예 장애가를 주인공으로 삼아 세 젊은이를 축소했거나, 아니면 세 젊은이의 눈에 비치는 장애가 정도로 한쪽을 팍 줄여버렸다면 불균형의 느낌이 덜하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한데...아마 감독인 이옥은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장애가의 연기는 무시무시하고, 범빙빙은 호연이란 느낌 정도.)
장애가가 첫번째 주인공이라면 두번째 주인공은 바로 '자연'이다. '관음산'이란 저 거대한 자연. 한 순간에 모든 걸 쓸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존재이면서도 모든 걸 다 내려놓게 하고 다 품어줄 것 같은 온기를 가진 존재. 그런 경건함이 <관음산>에는 있다. 아마 스크린으로 봤다면 직접적이고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을 듯 하다.
3.
홍콩영화에 나오는 중국(대륙)과 중국(대륙)영화에 나오는 중국(대륙)은 확연히 다른 것 같다. 전자가 초라함이나 화려함을 근거로 한 '판단'이나 '전시'에 치중한다면, 후자가 그리는 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진행형의 공간이다. 때로는 이런 점이 중국(대륙) 영화를 선뜻 보기 망설여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영화에서 현실을 봐야 하는 것 자체가 나 개인에게 버거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덧.
1. 대만배우 진백림은 일본과의 합작영화나 대륙 영화에 종종 출연하는데 늘 발음이 내 취향과 멀었다. <관음산>도 보기 전에 걱정을 했었다. 대사가 별로 없다. 어찌나 다행이던지!
2. 범빙빙이 라이브 카페 같은 곳에서 노래하는 장면이나 다른 가수가 이어 부르는 장면 등에서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범효훤이나 제진 노래였다. 마냥 신기했다. 이게 감독인 이옥의 개인적 취향인지, 음악감독인 두곡지가 대만사람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진짜 대륙 젊은이들이 대만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는 건지......궁금하다.
3. 세 젊은이들 모두 경제적으로 절대 풍요롭지 못하고 궁핍한 상황으로 판단되는데, 이들은 술집에서 맥주 참 여러번 진탕 마시더라. 중국의 맥주값이 싸긴 하지만....캔맥주 사와 놀이터에서 마시는 것-놀이터는 우리만의 공간인가?-도 아니고 쟤넨 저렇게 펑펑 마셔도 될 정도로 술값이 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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