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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산책/화어(~90년대)

제1유형위험(第一類型危險 ;Dangerous Encounters of the First Kind, 1980)

by 주렁주렁™ 2011. 6. 28.
제1유형위험; 제일유형위험(第一類型危險; Dangerous Encounters of the First Kind, 1980)
감독 : 서극
각본 : 사도탁한, 서극
미술 : 구정평
액션 : 정소동
촬영 : 종지문
주연 : 라열, 임진기, 구서강, 여량위, 차보라, 용천생

 
일상이 마냥 지루하기만 한 세 명의 고교생이 직접 만든 폭탄을 영화관에서 터뜨린다. 우왕좌왕한 사람들 틈에서 무사히 도망친 후 한바탕 재밌게 놀았고 들킬 걱정도 없으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세 소년 앞에 목격자인 소녀가 등장한다. 재수가 없으려니 소녀의 오빠는 경찰이기까지 하다. 오빠한테 바로 신고하려는건가 무서움에 떨고 있는 소년들에게 소녀는 친구가 되어 같이 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지만, 소년들은 사실 별로 친해지고 싶지가 않다. 소녀가 서양인 킬러의 돈을 훔치면서 이들이 처한 상황은 단순한 일탈 정도가 아니라 복잡하게 꼬여만 간다. 물론 이 상황을 거의 주도하며 모든 문제의 적극적인 원인 제공자인 소녀 또한 순진하거나 만만하지 않다. 소녀는 경찰인 오빠가 출근한 빈 집에서 자신이 기르는 생쥐(햄스터인가?) 머리에 핀을 박으며 놀고, 옆집사람이 애지중지하는 고양이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고는 쇠창살에 찔러 죽은 고양이 시체가 썩어가든말든 치우지도 않는 인간이다. 

서극의 세 번째 감독작이자 그가 서른살에 만든 <제1유형위험>은 개봉 당시 검열에 의해 고교생이 폭탄을 만들어 영화관을 폭파하는 장면이 삭제됐다. 추가된 장면은 열악한 화면을 자랑해서, 영화가 수시로 고화질과 저화질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뭐 저화질 부분이 삭제된 부분일테고. 어쨌든 그러면서 초반부 중요한 내용이 많이 바뀐 것 같다. 한국웹을 검색해보면 줄거리 설명이 위와 전혀 다르다는 게 보인다. 그러다 프랑스서 감독판으로 복원되면서 삭제된 장면들이 다시 추가됐다. 이 감독판으로 다시 이 영화의 명성을 재확인하고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듯. 

<제1유형위험>은 홍콩 뉴웨이브의 선구작으로 유명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 앞에 붙은 그런 수식어들을 상당히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홍콩 영화사의 흐름에서 이정표 적 측면이 강조된 영화가 아닐까...의심했었다. 보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어쨌든 <제1유형위험>을 드디어 보았다! 리뷰에 딱히 길게 쓸 말이 없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속력으로 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은데, 그 안에 어떠한 과잉도 없으며 리듬감이 충만하다. 각본, 촬영, 음악, 연기 모든 게 이토록 신경을 잡아먹을 듯이 팽팽하면서 완벽할 수 있다는 데에 놀랐을 뿐 아니라 이 모든 걸 컨트롤하고 표현해낸 서극에게 더 놀랐다.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이 어떤 망작을 쏟아낸들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서극이 어떤 영화를 만들던 <제1유형위험>을 만든 감독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앞으로 닥치고 서극을 마냥 찬양하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또 지금까지 봤던 내 인생의 홍콩영화 best 순위를 바꿔버리는 영화였다. 너무 감탄하면 할 말도 없는 법이다. 

덧. 
(80년) 상영판과 복원판(감독판)의 차이 : 여기 클릭
2011년 5월 <제1유형위험> 상영후 서극의 질의응답 : 여기 클릭
리뷰와 인터뷰 정보 알려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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