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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산책/화어(~90년대)

유승; 라스트 템테이션 (誘僧 ; Temptation of a Monk, 1993)

by 주렁주렁™ 2011. 12. 20.
유승; 라스트 템테이션 (誘僧 ; Temptation of a Monk, 1993)
제작 : 태적라빈 
감독 : 나탁요
각본 : 이벽화, 방령정
주연 : 조안 첸, 오흥국, 장풍의, 이명양, 노연


시대배경은 당나라 초기, 태자를 모시는 석 장군이 주인공이다. 왕위를 노리는 다른 왕자들도 많고 태자의 능력이 미진해보이나 어쨌든 태자다. 왕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데 다른 왕자의 장군이 대화를 제의한다. "어차피 우리같은 아랫것들이야 누가 왕이 되든 뭔 상관이요, 지금 형제들끼리 피비린내나는 싸움을 벌이려고 하는데 그건 막아야하지 않겠소?" 이 말에 홀깃한 석장군이 결국 목격하게 되는 건 잘린 주군의 목이다. 목숨이나 연명하게 얼른 도망가야겠는데 엄마는 아빠 유골함 앞에서 "형제를 죽인 그런 패륜아 밑에서 절대 일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라더니 자살해버린다. 형제를 죽이고 황제가 된 이는 석장군에게 벼슬을 내려주고 공주의 부마로 삼겠단다. 

석장군은 동료 몇과 함께 복수를 도모하기 위해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간다. 이들은 동자승을 사형으로 모시고 낮에는 중인척 하다가 밤에는 역적모의를 한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는 않다, 석장군의 속에선 천불이 난다. 어느날 공주가 술과 고기를 잔뜩 가지고 찾아와서는 자신과 함께 떠나자고 한다. 패륜아가 황제가 됐으니 1년도 못되어 망할거라 큰소리쳤던 당나라는 지금 태평성세에 황제는 성군으로 칭송받는댄다. 마음이 잠깐 흔들렸지만 하필 자신에게 걸린 현상금을 알게 되고 다시금 복수를 부르짖지만 결국 동료와 공주까지 몰살당하고 만다. 이들이 숨어있는 절의 위치를 밀고한 동료에게 석장군은 "이 배신자!"라고 부르짖지만 돌아오는 말은 "배신자야 말로 너잖아."이다. 그는 이제 홀홀단신으로 노승들이 모여있는 절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의 맘이 편해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왠 과부가 비누니가 되겠다며 절에 찾아왔는데 이 과부는 죽은 공주와 똑같이 생겼다. 

<유승>은 복수를 꿈꾸던 남자가 불교와 만나게 된다는 평범한 이야기이다. 언뜻 생각난게 두기봉과 위가휘의 <대척료;절대초인>이었는데 나는 <유승>쪽이 훨~~~씬 좋았다. 이벽화와 방령정의 각본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나탁요의 연출이 좋다.

영화에 총 2번의 액션씬이 등장한다. 태자 일행이 몰살당하는 장면과 승복 차림의 동료들이 몰살당하는 장면이 그 내용인데, 화면에서 힘이 뚝뚝 흐르는 것 같다. 정교하게 짜여진 액션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피가 흥건한 액션이다. 도대체 이런 연출을 할 수 있으면서 왜 나탁요는 <여몽> 같은 멜로를 찍고 있는거지? 

그러면서도 흩날리는 나뭇잎, 손끝을 빠져나가는 꽃잎, 스산한 바람, 더없이 펼쳐진 머리칼....아름답고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당태종의 현무문 사건을 소재로 삼았을 뿐 영화 속 시대는 마치 시대성이 삭제된 듯 현대적이고, 때로는 연극적이다. 특히 엄마가 자살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엄마의 옷차림이나 대사는 마치 셰익스피어 연극같고, 기녀들의 옷차림 또한 전혀 옛 것 같지 않다. 

이 아름다움의 중심은 배경과 자연과 인물, 그리고 1인 2역을 맡은 조안첸이다. 세상에...나는 조안첸이 중국적으로 생겼다는 생각만 했지 딱히 미인이란 느낌을 못받았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똑같은 얼굴인데도 화면에 나오는 것만으로 그림이 된다. 많은 장면에 나오질 않는데도 모든 것을 압도하고, 석장군의 갈등이 충분히 이해가능해진다.

<유승>, 나는 굉장히 좋았다. 


* 클럽박스 제휴파일로 봤다. 옛날 영화라 500원 밖에 안해. dvd를 찾아보니 알라딘에 남아있길래 주문했는데, 클럽박스 파일과 같은 화질같다.

** 화질이 그닥 좋지 않다. 대신 그런 장점은 있더라. 영화 자체가 스산한 느낌이니, 안좋은 화질과 잘 어울리는? 물론 화려한 색채가 나오는 장면은 꼭 좋은 화질로 보고싶은데 말이지.

*** 가장 충격받은 대사 --- "출가인은 하루 한 끼만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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