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그때, 당신은 무얼 하고 있었습니까?
당시 80년대 말 <유금세월>의 문예성과 과도한 유미주의가 모두에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특히 양범의 전작 <의란정미>-종초홍,
「장만옥 vs 종초홍」이란 그때부터 지금까지 또 봐도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특색이다. 그러나 의미는 이제 전혀 다르다. 그때는 기질이 완전히 다른 두 명의 인기 여배우가 한 작품에서 경쟁하는 점이었다. 장만옥 혼자 안절부절 못하고 종초홍은 간파하고 있는 듯해 서로 다른 장면을 그려낸다. 양범이 <빈과일보>의 '빈과수하' 칼럼 - 왕정이 쓴 <소년 왕정 틈강호>보다 더 읽을 게 많다 - 에 쓴 당시의 두 사람에 대한 뒷 이야기는 쏜살같이 지나간 시간을 느끼게 해줬다. 특히 이 부분,
『 " ……난 어릴 때부터 새처럼 쉴 새 없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기만 했어. 그러다 널 만나서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또 날아가야 하는구나……" 원래 영화 각본에는 이렇게 쓰여있지 않았다. 왜 소소의 결말을 바꾼건지 모른다. 어째서 영화의 결말과 삶이란 그렇게 비슷한 것인지.
이 문장은 종초홍이 상처한 후 양범이 <유금세월>에서 종초홍이 연기한 소소가 카이탁 공항에서의 라스트 씬에서 했던 대사를 떠올린 것이다.
희몽인생(戲夢人生)이다. 또한 지금 보는 <유금세월>은 당시 봤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영화속 캐릭터의 운명에서 두 배우의 지나간 20년 인생을 다시 대조해본다. 또 다시 관객과 영화팬인 우리에게로 돌아와본다. 20년 동안 뭘 했던가? 나는 하는 김에 인터넷에서 두 여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던 남자 주인공의 사진을 검색해본다. 그는 츠루미 신고(당신은 그를 기억하는가? 일찌기 양범의 다른 작품 <해상화>에도 출연했었다)이다. 중년의 모습을 보니 풍상을 겪었어도 여전히 스마트하며, 웃는 모습 또한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렇게 <유금세월>은 몇 년을 흘러와서는 다른 시간의 문을 음미하게 해준 것이다.
*사진 출처 : 몰리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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