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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산책/화어(2000년 이후)

제48회 대만 금마장 시상식 - 금마장의 자존심과 대만영화의 자부심

by 주렁주렁™ 2011. 11. 28.
대만판 <꽃보다 남자>가 90년대 방영되면서 '우상극'이라 불리는 드라마 열풍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키 크고 잘 생기고 돈 많은데 성격 나쁜 남자주인공과 가난한 여자주인공의 사랑 이야기. 특색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나 대만은 당시 주로 원작을 일본 학원물 만화에서 빌려왔고 고등학교 배경인 드라마가 많았다. 20대 배우가 활약할 공간이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드라마를 찍으며 연기력을 닦은 배우들이 성장했고 이들은 영화판으로 진출했다. 작년 <맹갑>으로 남우주연상을 탄 원경천의 나이가 29살이었다. 아마 티비 쪽 드라마 인력 역시 영화쪽으로 많이 왔을 거다. 이 모든 것들은 자양분이 되었다. <먀오먀오>와 <영원한 여름>이 조용히 한국 어둠의 경로에서 유통되고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청설>은 극장개봉까지 했다. 올해 학원물인 <그해, 우리가 쫒아다닌 여자아이>는 홍콩에서 대박 흥행중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진연희가 금마장 후보 명단을 발표한다. 며칠 뒤 심사위원장으로 허우샤오시엔이 요청한 장애가가 맡았단 기사가 뜨고 또 며칠 뒤 서기와 원경천이 시상자로 참석한다는 기사가 뜬다. 원경천이 나오는 금마장 홍보 단편이 뜨고, 또 며칠 뒤에는 탕웨이와 팽우안 역시 시상자로 참석한다는 기사가 나온다. 며칠전 올렸던 임의신 같은 젊은 배우들의 금마장 응원 사진도 나온다. 시간차 공격인가 싶을 정도로 금마장은 영리하게 홍보 활동을 보였다. 

그리고 26일 토요일, 금마장이 열렸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된 금마장은 증지위와 증보의 부녀의 사회로 시상식 중간중간 대기실에서 대기 중인 다음 시상자 모습을 보여주며 긴장을 풀어준다. 시상자로 참석한 사람은 미야자키 아오이부터 엘라, 유가령, 원경천, 팽우안, 주유민, 진백림, 유덕화, 서기, 탕웨이, 유약영, 이심결까지 실로 다양하다. 

전년도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시상자로 참석하는 관례 또한 당사자가 동성애 비하 발언을 하는 바람에 깨졌다. 감독상을 장애가, 유약영, 이심결 셋이 수상했다. 장애가의 <20, 30, 40>에 함께 출연했던 드레스 차림의 세 여배우는 허안화에게 감독상을 건넸다. 


대륙 언론이 툴툴거리듯이 요몇년 금마장의 분위기에 자국 영화 챙기기라는 흐름이 분명 있긴 했다. 게다가 올해 최다부분 후보에 오른 영화는 위덕성의 <사이더커 바라이>이다. 몇년 전 <해각 7호(하이자오 7번지)>로 엄청난 흥행 기록을 냈지만 당시 상은 별로 챙기지 못했다. 그러니 올해는 금마장이 챙겨주겠구나 싶었다. 뭣보다 영화 내용 자체가 일본 점령군에 항거한 대만 원주민들의 실화 아닌가. 이건 누구나 예상했을 거다. 

그런데 갑자기 금마장은 감독상을 <심플 라이프>의 허안화에게 건넨다. 뒤이어 여우주연상을 엽덕한에게 건넨다. 유덕화 단독으로 시상한 여우주연상 부분에서 엽덕한의 이름이 호명되자 사람들은 환호하고 증지위는 소리친다. "엄마에게 드려!" 유덕화는 무릎을 꿇고 상을 건넨다. 이 감동적인 장면은 <심플 라이프>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에게 더 의미심장하다. 어릴때 자신을 돌봐줬으나 지금은 늙고 병든 엽덕한과 성인이 된 유덕화가 꾸려가는 내용이 아니던가. 나아가 유덕화 역시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계속 "너무나 의외"라는 그의 말처럼, 유력한 후보는 팽우안이었고 아니면 <양자탄비>의 갈우였다. 



예상대로 작품상은 위덕성의 영화가 가져갔다. 그러나 휩쓸거란 예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대륙쪽 평론을 하나 읽었다. 내용은 이렇다. "소수의 심사위원단이 결정하는 폐쇄적인 상이며 흥행성적이란 대중성을 무시하는 걸 예술성이라 여긴다." 위덕성이 다 쓸었으면 신나게 씹을 수 있는데 주요부분 세 개를 홍콩의 허안화가 쓸어갔으니 더 빡쳤을 거다. 그러나 홍콩 쪽은 또 다르다. 시상식이 끝나자 발빠르게 전영쌍주간 페이스북에 "허안화의 <심플 라이프> 금마장 세 개 부분 수상!"이라고 올라온다. 홍콩의 유명한 영화 평론가는 "모든 지역을 고르게 배려했으며, 지금 화어 영화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시상식"이라며 "금계상(대륙)이 50점, 금상장(홍콩)이 <타뇌태>에 작품상을 줬기 때문에 80점이라면 올해 금마장은 90점"이라고 격찬했다. 


세 지역의 이해관계가 얽힌 분위기에서 금마장은 자신의 길을 간다. 화어권 최장 역사를 가진 시상식. 수상자나 시상자나 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말은 "대만영화"이다.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한 젊은 배우들은 sns에 발빠르게, 얼마나 영광인지 얼마나 행복했는지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감상을 남기며 팬들을 위로하고 고맙다 한다. 동료 연예인들은 계속 댓글을 남기며 환호한다. 팬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금마장은 이 시상식이 하나의 축제이며 쇼라는 걸 똑똑히 알고 있다. '대만 영화'가 주인공이란 사실을 잊지 않는다. 쇼는 더없이 재밌었다. 그리고 시상식 내내 느껴지는 건 자부심이다. 올해도 앞자리에 앉은 허우샤오시엔의 사람 좋은 미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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