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상 산책/화어(~90년대)

청와왕자 (靑蛙王子; Prince Charming, 1984)

by 주렁주렁™ 2011. 4. 6.
청와왕자 (靑蛙王子; Prince Charming, 1984)
감독 : 왕정
주연 : 종진도, 종초홍, 장만옥, 진백상, 진혜민, 관지림, 조사리, 만재량, 왕천림, 금연링 
작사, 작곡, 노래 : 종진도


<청와왕자>는 여자앞에서 딸꾹질이나 하는 결혼 적령기의 재벌 2세가 운전기사로 신분을 위장, 진정한 사랑(이라고 쓰고 마누라라고 읽는다)을 찾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감독 이름에 왕정이 뜨는 순간, 남은 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이 절망감. 난 그래도 참고 봤다. (4월의 인내심 대상을 수여하겠....)

전형적인 왕정 영화다. 왕정 코미디 영화에서 여자들은 남자들의 대상으로만 기능적으로 존재하는데 <청와왕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간간히 성적인 농담도 나오고 수시로 코미디 상황이 연출되며 갈등은 적당히 해결되고 조연들은 왁자지껄하다. 재벌2세 종진도 쪽에선 친구인 진백상이 코믹 담당, 여자주인공 종초홍 쪽에선 오빠(인지 형부인지) 진혜민이 코믹과 액션을 담당한다. 뭣보다 남자 캐릭터들이 애인의 키스를 받고는 위의 사진처럼 몸에서 파워가 넘쳐흐르는 걸 만화식으로 처리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시티 헌터> 전에도 시도를 많이 했었던거군. 

<청와왕자>를 기억하는 건 장만옥 데뷰작이라서 그랬다. 종초홍의 친구 역으로 등장해 진백상과 로맨스를 만드는 역인데 이 영화 속 이미지를 그대로 <폴리스 스토리>로 이어간 거였다. 장만옥의 초기 이미지 - 토끼 같고 귀엽고 몸매 예쁘고 발랄한 여자 - 가 여기서 구축된 것 같다. 

종초홍은 모두가 꿈꾸는 여자친구로 나온다. 똑똑하고 청순하며 사려심 깊고 자존심도 있으며 강단도 세고, 뭣보다 맘 먹으면 섹시해진다. 대단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계속 등장한다. (그 뽀글뽀글한 머리 스타일보다 생머리 단발이 잘 어울리는 듯)

오프닝 부분의 '작사 작곡 노래 종진도'란 글자에 놀랐었다. 1984년 도에 종진도 인기가 많아서 일부러 저렇게 표현한걸까, 아니면 왕정이 신세를 많이 져서 저렇게 표현한걸까, 아니면 원래 저때 홍콩 영화가 저런 식으로 오프닝에 소개를 하는 게 관례였었나.....궁금해지더라. 내 눈에 종진도는, 나약하고 우유부단해 보이고 모자라보이기까지 하는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 그게 밉지가 않고 어떤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미지다. 이 영화 속 종진도는 내가 그리 좋아했고 종진도란 배우를 뼈에 새길 수 있도록 만들어준 <상하이 블루스>의 가난한 음악가와 그닥 다르지 않다. 게다가 두 영화 모두 1984년에 만들어진 영화다. 종진도는 장애가와도 그랬는데, 상대 여배우와 화면에 둘이 등장하면 관객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청와왕자>에서 종초홍과도 그런 편안함을 관객이 느끼게 해준다. 

덧. 비슷한 재벌의 신분 속이기 로맨스 영화인 <길성고조> 생각이 났다. 주윤발과 장애가 주연이다. 장애가가 주윤발의 신분을 알고는 분노로 뛰쳐나가지. 그래도 주윤발 그 영화서 장애가와 완탕도 빚고 나름 일 열심히 했다(음식점이 주 공간이라 일 할 수 밖에 없었나?). <청와왕자>에서 종진도가 일하는 장면은 거의 안나온다. 
 
반응형